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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을 오래 보기 위해서는 바늘로 봉오리 아래를 한 번 찔러주는 게 좋다더라 하는 글을 지난주쯤에 한 번 쓴 적이 있다. 오늘은 그러니까 이를테면 '일주일 사용 후기'쯤에 해당하는 글이다. 혹시나 댁에 다른 꽃이 아닌 튤립을 사다가 꽂아두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 참고하셔도 좋겠다는 말씀을 감히 드려 본다.
식물은 동물처럼 움직이고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시 생명은 생명인지라 새 꽃의 꽃봉오리 아래 줄기를 바늘로 관통할 정도로 푹 찌른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다.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두 단 옵션이라 평소보다 비싸게 주고 산 꽃이 괜한 짓을 해서 빨리 시드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일이나 다 그렇듯 한 번 해 보지 않으면 두 번도 세 번도 없는 법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바늘로 스무 줄기나 되는 튤립의 봉오리 아래 줄기를 일일이 한 번씩 찌른 후 튤립을 다듬어 꽃병 두 개에 나누어 꽂아 하나는 내 책상에, 하나는 그의 책상에 갖다 두었다. 그리고 아침마다 물을 갈아주면서 자리를 바꿔 주었다. 대충 그런 조건에서 일주일 정도를 지내보았다.
결과적으로 튤립을 꽂아둘 때는 바늘이 필수다. 지난번 튤립은 배송 온 지 사흘 만에 한 송이가 벌써 줄기가 물러져 꺾어졌었는데 이번 튤립 스무 송이는 일주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한 송이도 줄기가 물러져 허리가 꺾어지는 일이 없이 스무 송이 전원 생존이다. 기온과 방안의 환경 등에 따라서 허리가 축 늘어지는 일도 더러 있지만 날이 바뀌어 꽃대를 조금 더 바싹 잘라주고 물을 갈아주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되살아난다. 도대체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줄기 끝을 사선이 아니라 일자로 자른 것도 나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물올림의 양이 조절되어 그런지 버티는 줄기에 한결 힘이 있고 스무 송이 전부가 휘어지는 일 없이, 나름 아직도 쓸만한 자태를 유지 중이다. 3년간 튤립을 언뜻 기억나는 것만 서너 번은 샀었는데 앞의 튤립들은 다 헛돌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자꾸만 눕는 튤립들이 생겨서, 오늘 아침에는 길게 남겨두었던 줄기를 3분의 1 정도 바싹 잘라내고 남아있는 잎들도 한 번 더 정리를 했다. 그랬더니 또 나름 거천할 몸집이 가벼워진 탓인지 스무 송이 모두가 꿋꿋하게 제 자리를 잘 키키고 있다. 아무래도 생기는 처음 꽃이 피기 시작할 때만은 못하고 몇몇 송이는 꽃잎 끝부터 조금씩 말라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번 주말 정도까지는 잘 버티지 않을까도 싶다. 이 정도면 배송 온 후 열흘 조금 넘게 버티는 셈이고, 썩 훌륭한 성적이다.
꽃을 사다 꽂아놓고 오래 보는 게 필요한 것이 다른 것도 아닌 바늘이라니. 직접 해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난 아직도 모르는 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