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 닫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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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1인가구 분들 집에서 화장실 쓸 때 문 닫으세요? 하는 질문글이 올라왔다. 에이 이게 무슨 소리냐고 나도 모르게 정색을 했다. 집에 혼자만 있을 때만 해볼 수 있는 일탈 뭐 그런 건가 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혼자 산다지만, 그래서 집에 다른 가족이 없다지만 그래도 화장실 갈 때 문 닫는 건 기본적인 예의지. 두 번 세 번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나 이어지는 글의 내용이 제법 심각해서 나도 모르게 덩달아 심각해졌다. 화장실에 갇혀본 적 없으신 분들 모르시죠. 그거 진짜 무섭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져요. 보통 문이라는 게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는 밀어서 여는데 안에서 나갈 때는 당겨야 열리거든요. 그러니 아무리 부딪혀도 안 열립니다. 어차피 혼자 사시는 분들은 그냥 문 열어놓고 쓰세요. 그거 죽어도 싫으시면 손도끼 같은 거라도 하나 화장실에 구비해 놓으시던지요. 그 아래로 이거 나도 당해봤는데 진짜 무섭다는 간증 댓글들이 이어졌다. 화장실 갈 때 핸드폰 들고 들어가는 버릇이 있어서 살았다느니 배수구로 냅다 고함을 질렀더니 아래층 사는 사람이 다행스럽게 119를 불러줘서 나왔다느니 하는 읽기만 해도 오싹 소름이 끼치는 댓글들이 몇 개나 달려 있었다. 한 번 저런 일 겪고 나서는 반드시 화장실 선반에 긴급 통화 정도는 되는 핸드폰 공기계를 놓아둔다는 분도 계셨다.


우리 집 문고리는 화장실 문만 다르다. 문고리에 습기가 차서 문이 잘 열리지 않아 몇 번 실랑이를 한 끝에 그가 손수 다른 문고리를 사다가 갈아버렸기 때문이다. 처음 갈았을 때는 마치 기름이라도 바른 듯 미끄럽게 열리던 화장실 문이, 그러나 요즘 들어 표가 나게 뻑뻑해졌다는 느낌은 아닌 게 아니라 좀 받고 있던 참이긴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덜커덕 안 열릴 수도 있고 그런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가 문고리 바꿀 때 뭘 어떻게 하는 건지 어깨너머로라도 좀 봐 둘 걸 그랬다는 후회를 한다. 화장실 쓸 때야 문을 안 닫을 수도 있다지만 씻을 때는 물이 튀니까 어떡해도 문을 닫아야 할 텐데. 그가 사다 놨던 녹 제거제 스프레이가 집안 어딘가 있는데 그거라도 잔뜩 뿌려두면 좀 나을까. 나도 핸드폰 공기계를 화장실 수건 선반에 갖다 놓아야 하나. 정말로 손도끼 같은 걸 화장실에 하나 비치해 놓아야 하나. 순식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몹시 심란해졌다. 여러 모로 번거롭다. 둘이 살다가 혼자 산다는 건.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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