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3
며칠 전 다이어트 이야기를 썼는데, 대부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다이어트 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꽤나 자잘하게 살 한 번 빼보겠다고 난리 친 적이 몇 번 있었다. 물론 그렇게 시작한 다이어트 대부분은 이건 이래서 안 되겠고 저건 저래서 곤란하다는 온갖 핑계 끝에 슬그머니 중단되었고 지금 하고 있는 다이어트라기도 면구스러운 가벼운 홈트와 약간의 식단 조절 정도가 그나마 가장 오래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러구러 3년 가까이가 되어가니, 원하는 몸매를 만들지까진 못했어도 그것만으로도 좀 셀프로 칭찬을 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간 했던 다이어트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사실 7, 8년쯤 전에 하루에 한 차례씩 집 밖을 한 시간 정도 걷는 것이었다. 별로 빠른 걸음은 아니었고 천천히 산책하는 듯한 속도로 정해진 집 근처 길을 따라 오늘은 시계방향으로. 다음날은 반시계방향으로 걸었다. 그렇게 걸으면 대충 4킬로 정도를 걷는 셈이 된다. 그동안 내 몸무게는 한 달 사이에 7킬로그램 정도가 빠졌다. 지금처럼 먹는 것을 전혀 조심하지 않고 그 정도였으니 아마 식단까지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지금 3년이 걸려서 뺀 살을 그때 아마 한두 달 안에 다 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마철이 왔고, 비까지 맞으며 집 밖을 한 시간씩이나 걸을 용기가 없던 나는 슬금슬금 걷기를 빼먹기 시작했다. 애써 뺀 살은 별로 어렵지도 않게 원상태로 돌아가 버렸고 또 한 번의 다이어트가 장렬한 실패로 끝났었다.
어제는 간만에 만 보를 걸었다. 요즘의 내 걸음이라는 건 월요일 미팅이 있을 때나 겨우 5, 6천 보쯤 걷고, 그 외에 집 근처 마트에나 다녀오면 한 3천 보쯤 걷고, 그렇지 않은 날은 핸드폰에 기록된 걸음이 수십 걸음도 안 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어제는 좀 그럴 일이 있어서,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왕복 8킬로쯤을 걸었더니 거뜬히 만 보를 넘어 만 이천보에 가까운 걸음을 걸었다. 그 후유증으로 저녁 무렵엔 종아리도 아프고 골반도 아프고 저녁이 넘어가니 몹시 피곤해져서 내가 간만에 좀 무리한 것을 알았다. 건강을 지키는 가장 쉬운 일이 하루에 만 보씩 걷는 것이라는데 그럼 이 노릇을 매일매일 하면서 살아야 건강해진다는 것일까. 매일 만 보를 걸어야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니까 매일 만 보씩이나 걸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게으른 주인의 생활을 잘 아는 핸드폰은 만 보는 고사하고 하루 6천 보 정도라도 좀 걸으면서 살라는 친절한 목표를 제시해 준다. 그러게. 날이 좀 따뜻해지면 미팅이 없어도 하루에 5, 6천 보라도 좀 걸으면서 살아야겠다. 물론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좀 자신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