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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튤립의 봉오리 아래를 바늘로 찌르고 줄기를 일자로 자르는 방법으로 튤립을 열흘 정도 한 송이의 낙오도 없이 완주시켰다는 글을 썼었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 온 스토크 또한 비슷한 식으로 줄기가 물러져 주저앉는 증상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방법으로 줄기를 일자로 자르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는 글을 썼었다. 오늘은 그 글의 후속편 쯤이 되는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토크에게도 약간의 효과는 있었다. 나는 지금껏 대략 서너 번 정도 스토크를 사다가 꽂아뒀었는데 빠르면 사흘 정도 지난 후부터 한두 송이씩 줄기가 물러져 허리가 접히듯 꺾어지는 꽃들이 생기곤 했다. 이번 스토크는 보기 드물 만큼 굵은 줄기 하나에 잔 줄기가 여러 가닥 뻗어 나온 녀석이어서 잔가지에 핀 꽃들을 일일이 잘라내 따로 꽂았다. 가장 굵은 줄기는 줄기 자체의 힘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무려 일주일을 넘게 갔다. 그러나 굵은 줄기에서 잘라낸 잔가지에 핀 꽃들은 아무래도 그만큼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줄기가 꺾인 꽃이 닷새가 지난 후였으니까 지금껏 내가 봐 온 스토크 중에서는 가장 잘 버텨주긴 한 셈이다. 다만 튤립에서 보던 것만큼의 드라마틱한 효과는 아니어서 이게 정말로 효과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꽃의 컨디션 자체가 워낙 좋아서 오래갔던 건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사실이 좀 안타깝다.
튤립과는 다르게 이번 스토크의 줄기를 일자로 자르는 실험은 전적으로 내 생각에 따라 해 본 것이므로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몇 군데 검색해 봤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스토크의 줄기를 일자로 자르면 줄기가 물러져 꽃이 주저앉는 걸 늦출 수 있다는 말은 없었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도대체 이게 무슨 효과가 있다는 건지 알 수 없었던 열탕법에 관한 글만 몇 개 보았을 뿐이다. 결국 스토크의 줄기를 사선이 아닌 일자로 자르면 꽃이 조금 더 오래가는 것 같다는 내 가설은 두어 번 정도 더 확인을 해 봐야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든 스토크를 보내주고 나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스토크 참 예쁘고 향기도 좋은 꽃인데 며칠 안 가 줄기가 물러져 허리가 접히는 것이 서운하고 섭섭하다는 글을 카페나 블로그 등에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스토크는 그 줄기 끝에 달려있는 꽃들은 아직 너무나 멀쩡한데 줄기만 주저앉아 접히는 일이 많아서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뭔가를 조금만 더 잘해줬더라면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준달까. 이 꽃이 유독 마음이 쓰이는 건 아마도 그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3년 전 봄날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나버린 그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