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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좀 빼려면 오후를 지나 야금야금 집어먹기 시작하는 이놈의 간식 좀 줄여야지 하는 글을 며칠 전에 쓴 적이 있다. 이 결심을, 뭐 한 치의 거리낌도 없이 잘 지켰느냐고 말하면 솔직히 그렇지는 못하다. 월요일 미팅 때문에 나갔다 와서는 오늘은 간만에 좀 걸었으니까 하는 핑계로 편의점에서 사 온 감자칩 한 봉지를 다 먹어 없앴으며 어제는 스프를 쓰느라 뜯어서 면만 남겨놓은 라면 사리를 너무 오래 내버려 뒀다는 핑계로 긴히 오후에 라면사리만 넣은 라볶이를 끓여 먹기도 했다. 그래서야 뭐 그런 결심을 하나 안 하나 뭐가 달라진 거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도 같다. 나도 사실 좀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만 '칼로리'에 대한 개념은 조금 생기긴 했다. 점심에 한 끼 먹는 내 밥은 열량이 적으면 800kcal 정도고 좀 이것저것 차려서 먹는 날은 1,000 kcal 정도가 된다. 그 외에 아침에 먹는 두유 하나와 저녁에 먹는 요거트 하나의 열량이 합쳐서 대강 200 kcal 쯤 된다. 여기에 외출하는 날은 버스를 기다리면서 마시는 캔 커피 하나가 또 대충 100 kcal쯤 되니 여기까지를 고정 열량이라고 두고, 그 외의 5-800 kcal 정도가 내게 허락된 '자유 열량'인 셈이다. 안 먹으면 좋고, 도저히 못 견뎌서 뭘 먹어도 그 안에서 먹자는 정도의 '감'이 좀 생겼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로 정말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좀 들긴 했다. 물론 내게 이 '하루 1,800 kcal 먹기'를 결심하게 만든 그 글을 쓰신 분에 의하면 사람의 몸이란 또 너무 굶으면 들어오는 열량을 족족 비축해서 절대로 내놓지 않으려고 드는 습관이 있고 남은 인생을 내내 그렇게 먹으면서 살 게 아니라면 먹는 게 느슨해지는 순간 바로 요요가 들이닥칠 것이니 그냥 '약간 배고픈 듯하게' 1,800 kcal 정도를 먹는 것이 딱 적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왕 먹는 것에 숫자를 들이댄 김에 정말 이 정도로 충분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몇 군데를 뒤져 봤다. 내 나이 정도의 여성은 기초대사량이 대가 1,300 kcal 정도이며, 스스로의 일상에 움직임이 많지 않으면 그 수치에 1.2 정도를 곱한 값이 실제로 하루에 쓰는 열량이라는 글들이 여기저기 올라와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아주 넉넉하게 잡아봤자 하루에 1,600 kcal 정도를 소비한다는 이야기고, 그러니 1,800 kcal로 섭취 열량을 맞춰 봐야 하루에 200 kcal 정도의 잉여 열량이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다이어트의 꽃은 식단 관리라는데 간식 약간 줄이는 정도로 가능할 리가 없지. 딱히 살 빼는 것에 그렇게까지 진심이었던 것도 아니었던 주제에 괜히 좀 허탈해져서 이런저런 키워드로 인터넷을 몇 군데 뒤졌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한 끝에 나는 사람의 기초대사량이라는 건 일률적이지 않으며, 불행인지 다행인지 과체중인 나의 경우 기초대사량은 1,300 kcal보다는 한참 더 높고 그래서 하루에 1,800kcal 정도만 지켜서 먹기만 해도 제법 다이어트 효과가 있긴 할 거라는 원래 알던 것과 대동소이한 결론에 다시 도달할 수 있었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답을 얻어낸 건 대단히 기쁜 일이지만 열량이니 뭐니 따질 것도 없이 그냥 덜 먹고 더 움직이기만 하면 될 걸 이렇게까지 일희일비할 일인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예쁘고 날씬한 사람들은 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어서 예쁘고 날씬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