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정도는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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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내 왼쪽 무릎에는 아직도 피가 엉긴 딱지가 동전 하나 정도 크기로 앉아 있다. 일시와 장소까지도 정확하게 기억난다. 날씨가 조금 풀린 지난 발렌타인데이에 겨우내 길이 미끄러워 반쯤 봉인해 두었던 아끼는 운동화를 꺼내 신고 그의 봉안당에 갔다가, 딴에는 얕은수를 쓰느라고 눈이 덜 녹은 인도가 아닌 그 아래 갓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과속방지턱에 얇게 얼어있던 살얼음을 잘못 밟아 그대로 미끄러졌고 왼쪽 무릎을 온 체중을 다해 땅에 찧었다. 이렇게까지 생긴 이유와 일시, 장소까지가 명확한 상처는 거의 처음이 아닌가도 싶다.


그렇게 생긴 상처는 그 후로 꽤나 오래 사람을 괴롭혔다. 한동안 무릎이 너무 아파서 방바닥을 닦거나 홈트를 할 때는 되도록 왼쪽 무릎을 꿇지 않으려고 엉거주춤 쭈그리고 앉아야 했고 이불이 푹신하게 갈린 침대에 올라갈 때조차도 최대한 무릎이 닿지 않게 조심해야 했다. 가끔은 마트에서 주문한 채소들을 냉장고 가장 아랫칸인 야채칸에 정리해 놓으려다가 맨바닥에 철썩 무릎을 대고 앉다가 악 하고 한 박자 늦게 비명을 지른 일도 몇 번이나 있었다. 꽤나 시간이 지난 후까지도 통증이 계속되어서, 아니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 좀 찧은 상처가 원래 이렇게까지 성가시게 오래 아픈 것인지, 이게 살이 까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뼈 쪽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제 오후쯤 무릎에 딱지가 앉은 언저리가 슬금슬금 가렵기 시작해서, 이제 내 몸이 웬만큼의 복구를 마치고 슬슬 딱지를 철거하려나 보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제 밤이 되어 자리에 누우려고 옷을 갈아입고 살펴보니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를 하는 등의 서슬에 쓸려 일부러 뜯어내지 않았는데도 딱지가 절반쯤 떨어져 나가 반 정도만 붙어 있었고 딱지가 떨어져 나간 아래로는 주변의 피부보다 다소 색이 옅은 새살이 올라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쯤부터는 홈트를 할 때나 침대에 올라갈 때 좀 푹신한 곳에는 무릎을 대도 그렇게까지는 아프지 않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무릎을 다친 것이 발렌타인데이였으니 어제로 꽉 채운 2주가 지났다. 별 것도 아닌, 살얼음에 미끄러져 아스팔트에 무릎 좀 찧은 상처조차도 웬만큼 낫는 데는 2주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모양이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절반 이상이 통째로 잘려나간 내 마음의 상처가 다 낫는 데는 사실 3년의 시간으로도 모자란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했다.


20210323_1_92839.jpg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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