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안당의 프리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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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그가 떠나간 후 많은 다양한 꽃들과 친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꽃을 한 종 꼽으라면 역시 프리지아일 것이다. 그가 떠나가버린 다음 날, 반쯤은 넋을 놓은 상태로 집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집 근처 마트의 화훼 코너에 있던 노란 프리지아가 생각났었다. 그 앞을 그와 함께 그렇게나 수태 지나다니면서도, 별로 비싸지도 않은데 한 다발 사서 불쑥 줘볼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으면서도 괜한 머쓱함을 이기지 못하고 뒤돌아서고 말았던 많은 순간들이 마음에 걸렸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뭔가에 홀린 듯이 옷을 갈아입고 마트에 가서, 한참 제철이라 한 단 수북하게 꽂혀 있던 노란 프리지아를 한 묶음 사 와서는 뭘 어떡하는 건지도 모른 채로 꽃병도 아닌 유리컵에 절반 넘게 물을 받아 꽂아 놓았었다. 그의 갑작스런 부재와 관련해 몇 가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순간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 정도로 꼽힐 만한 장면 중 하나다.


그날 이후로 프리지아는 무조건, 4월 첫 주를 장식하는 꽃이 되었다.


프리지아는 까다로운 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썩 손 안 타는 씩씩한 꽃도 아니다. 보기만큼이나 여리여리한 이 꽃은 의외로 끝까지 다 보기가 어렵다. 프리지아는 줄기 상단에 작은 몽우리들이 조롱조롱 달린 형태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꽃이 피는 것은 첫 두세 송이 정도가 고작이고 대부분의 몽우리들은 제대로 꽃잎 한번 꺼내 보지 못하고 말라버린다. 그리고 꽃이 피는 첫 두세 송이도 아래의 사진처럼 예쁘게 활짝 피지 못하고 어렴풋하게 꽃의 형태를 좀 잡아가다가 꽃잎 끝부터 말라서 시들어버리기가 일쑤다. 그래서 프리지아는 그 한 송이 한 송이의 모양보다는 그냥 고만고만한 노란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다발'의 형태로, 그렇게 내게는 인식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반짝 날씨가 한 번 풀렸던 직후라 그랬는지 갑작스러운 추위와 눈은 몇 배로 견디기가 힘든 느낌이었다. 그 날씨를 뚫고, 그래도 미련스럽게 미팅을 마치고 그의 봉안당 앞에 가서 새 꽃을 놓아두고 한참이나 넋두리를 하다가 왔다. 그런데 한 가지 기묘하다면 기묘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헌화대에 놓아둔 오아시스폼에 꽂은 프리지아 몇 송이가 너무나 예쁘고 아름답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명색 집에서 하루에 한 번씩 물 갈아주고 날마다 줄기 끝 잘라주고 갖은 시중을 다 드는데도 이렇게 예쁘게 만개한 프리지아는 거의 본 기억이 나지 않아서 왠지 조금 분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프리지아도 '원래 처음 몇 송이 피다가 말라죽는' 꽃이 아니라 내가 뭔가 관리를 잘 못해줘서 그런 건가.


그래서 지난번 스토크에 이어서 또 한 가지 숙제가 더 생겼다. 도대체 어떡하면 프리지아를 끝까지 다 보고 보내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프리지아는 내게는 이젠 꽤 각별한 의미가 있는 꽃이 되었으니 한 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리 그래도 옆에 붙어서 그렇게나 애면글면하며 돌보는 꽃이 일주일에 한 번 봉안당에 갈 때마다 갖다 두는 오아시스 폼에 꽂힌 꽃보다야 오래가야 하지 않겠는지. 설마 적당히 내버려 두는 게 답일까. 그게 답이라면 좀 속상할 거 같긴 하다.


112569_96074_3721.jpg 이 이미지는 구글애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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