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또 슈크림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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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그거 아세요, 하고 거래처 담당자분이 카톡을 올리셨을 때는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잠깐 긴장했다. 슈크림라떼 팔아요. 진짜 겨울 다 간 게 맞나 봐요. 아. 그 말에 다소 멍청한 대꾸를 해놓고, 버릇처럼 고개를 쳐들고 달력을 한 번 봤다. 그러게나. 어영부영 3월 하고도 첫 주다. 아닌 게 아니라 슈크림라떼는 꼭 이맘때쯤에 메뉴판에 출몰해서 4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뾰로롱 하고 사라져 버리곤 한다.


분명히 비슷한 주제로 글 쓴 적이 있지 싶어 브런치를 뒤져 보았다.(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브런치는 전체 검색 말고 브런치 내 검색 이런 메뉴 좀 만들어줘야 한다) 꼭 1년 전, 그러니까 2024년 3월에도 슈크림라떼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다. 작년 3월이면 갑작스러운 입원과 퇴원 때문에 벌어진 온갖 골치 아픈 일들을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던 무렵이다. 그때부터도 또 1년이나 되는 시간이 추가로, 눈에도 안 보이는 속도로 흘러 지나가 버렸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올해의 슈크림라떼는 벌써부터 말이 좀 많다. 아마 들어가는 액상 당 성분을 몸에 덜 해로운 것으로 바꾸고(참 신기한 일인데 대가 인체에 덜 유해한 성분으로 바꾼다는 말은 대개 맛이 없어진다는 말과 동의어다) 휘핑크림을 내는 법 또한 뭐가 이렇게 저렇게 바뀌어서 만드는 사람은 좀 편해졌지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영 뻑뻑하고 맛이 없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불만 섞인 글들이 벌써부터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1년 365일 내내 파는 음료도 아니니 나는 저런 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또 우정 몇 천 원의 돈을 내고 기꺼이 올해의 슈크림라떼를 사 먹어 볼 것이다. 그리고 아마 대개의 경우 맛이 없어졌다는 생각조차도 잘 못할 것 같다. 워낙 그런 것에 둔하기도 하고 1년 전에 한두 번 먹어본 슈크림라떼의 맛 같은 걸 그리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 같지 않아서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 정리를 할 때 열어두는 창문으로 넘어오는 바람이 한결 덜 날카로워서 좋든 싫든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 하는 걸 실감한다. 다음 주든 그 다음 주든 나가는 길에 카페가 눈에 띄면 슈크림라떼를 사 먹어 볼 테고, 무거운 겨울 이불과 전기장판에게도 조만간 겨울까지 긴 휴가를 주어야겠고, 좀 지나면 길 건너 아파트 단지의 둘레를 따라 심은 벚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할 테고, 그런 식으로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내 옆을 스쳐 지나가겠지. 어려서 할머니가 즐겨 흥얼거리시던 옛 노래의 가사처럼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우는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또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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