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몰라야 겁 없이 달려들 수 있는 일들도 있다. 매주 꽃을 사다 꽂아놓기로 한 그 일도 약간 그런 부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그의 책상에 프리지아 한 줌을 사다 꽂은 것은 순전히 이럴 줄 알았으면 쓸데없이 재지 말고 내 곁에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예쁜 걸 사줄걸 하는 후회 때문이었다. 내가 꽃이라는 물건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쓰이는지를 알았더라면 과연 그렇게 했을지,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꽃 한 줌을 사다가 꽃병에 꽂아 집안 어딘가에 두는 일은 의외로 생각해야 할 점이 많다. 나의 경우엔 대번에 '어디다가' 꽂아놓을 것인가부터 문제가 되었다. 우리 집엔 당연히 꽃병 같은 게 없다. 그래서 요즘 사 오는 꽃들은 그와의 때 이른 이별로 졸지에 할 일이 없어져버린 각종 유리 글라스들을 꽃병 삼아 꽂아놓고 있다. 그는 테이블웨어를 사모으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나 여름에 마시는 차갑고 색깔이 고운 음료들을 담아먹기에 예쁘고 투명한 유리 글라스들을 사는 것을 좋아했다. 아직은 아무래도 그 글라스들에 뭔가를 담아서 마실 엄두가 나지 않으니, 꽃병으로라도 활용하는 게 좋은 일일 거라고 내 멋대로 그렇게 생각 중이다.
그 많은 유리 글라스들 중에, 어떤 것에 어떻게 꽂는가 하는 것을 고르는 것부터가 대번 문제가 된다. 각자의 꽃들은 그 꽃뿐만이 아니라 줄기의 굵기와 억셈도 다 다르기 때문에 속 편하게 글라스 하나를 찜해놓고 그것을 상시로 계속 쓸 수가 없다. 안개꽃처럼 꽃대가 약하고 여리여리한 꽃은 바닥이 다소 좁고 작은 글라스에 담아도 꽃을 무난히 잘 버틴다. 그러나 스타티스나 비단향 꽃무 같은 꽃들은 생각보다 꽃대가 굵고 억세서 그 꽃대를 지탱할 정도의 힘이 있는 글라스에 꽂아야 한다. 수국쯤 되어버리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수국은 꽃대도 굵은 대다가 그 굵은 꽃대 위에 위태로울 만큼 많은 꽃이 달려 있기 때문에 어설픈 유리 글라스 따위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안 쓰는 철제 텀블러에 물을 담아 꽂아 놓았었다.
꽃병을 골랐다면 그다음으로는 꽃대를 얼마만큼 잘라서 어떻게 꽂아놓느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처음엔 무조건 사온 상태 거의 그대로, 꽃대의 끝만 조금 자르고 꽂아 놓았다. 꽃병에 보기 좋게 꽃을 꽂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꽃대를 많이 잘라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요즘에야 깨달았다. 무성한 푸른 잎은 보기에는 좋지만 꽃으로 가는 물을 나누어 가져가 버리기 때문에 꽃이 시드는 데 일조할 뿐만 아니라 물에 닿은 이파리들은 썩기까지 하기 때문에 곁잎들은 어지간하면 다 따주는 게 좋다는 것, 꽂아놓는 꽃들은 꽃대의 길이를 제각기 조금씩 다르게 해서 꽂아야 저희들끼리 부대껴 꽃이 상하지 않는다는 것, 꽃병으로 쓸 글라스의 주둥이가 너무 좁으면 꽃들이 저들끼리 쓸려나가고 주둥이가 너무 넓으면 꽃들이 확 펄쳐져 버려 듬성듬성해 보인다는 것 등등. 그리고 가장 최근에 알게 된, 꽃병의 물은 꽃대의 끝이 겨우 적셔질 만큼 조금만 담아야 한다는 것까지. 무슨 거창한 꽃꽂이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집 앞 꽃집에 가서 아무 꽃이나 한 줌 사 와서 꽂아놓는 것에도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가 하고 가끔은 놀라게 된다.
이번 주에 새로 사다 꽂은 꽃은 시네신스라는, 얼핏 보면 안개꽃과 비슷해 보이는 연분홍색의 작고 올망졸망한 꽃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책상에 꽂을 사다 놓은 후 거의 처음으로 예쁘게 잘 꽂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매사에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지만 어쨌든 나는 아주 조금씩 나아져 가고 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 그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