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면, 쓸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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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한국 사람은 뭘 먹든 면을 넣거나 밥을 볶거나 치즈를 뿌리거나 셋 중 하나를 하거나 가끔은 셋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리고 그건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면 사리로 가장 범용성이 높은 것은 당연히 라면 사리인데, 라면 사리와 조금 수비 범위가 다르면서도 의외로 괜찮은 것이 파스타면이다.


처음 파스타면을 파스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써먹을 생각을 한 건 어느 정도 당연한 일이지만 주로 음식을 하는 그였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주문을 해서 먹던 춘천의 한 닭갈비집이 있는데, 면 사리 같은 것은 별로 메리트가 없어서 기본으로 오는 것 외에 추가 사리를 시키지는 않는 편이다. 닭갈비에 넣어 먹는 면 사리로는 역시 쫄면 사리가 제격인데 거기에 넣어 먹자고 쫄면 사리를 따로 돈 주고 살 수도 없고 라면 사리는 뭔가 그 맛이 나지 않아서 아쉽다고 입맛만 쩝쩝 다시고 있다가 이것 한 번 넣어 먹어보자고 시도한 것이 의외로 괜찮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 우리 집에서는 닭갈비를 업장에 가서 먹는 것 말고 집에서 시켜다 먹을 때에는 파스타면을 삶아서 사리로 넣어먹곤 했다.


한 번 그렇게 재미를 보고 나더니 그는 너무 가늘거나 쉽게 잘 불거나 너무 푹 익어버리는 면(소면이라든가 라면 사리라든가)이 적당하지 않은 몇몇 음식을 할 때 종종 파스타면을 사용하곤 했다. 중화 비빔면이라든가 볶음면 같은 것 말이다. 일반적인 스파게티면 기준 파스타면은 굵기도 적당하고 일단 삶아두면 잘 불지도 않고 면에 힘이 있어서 양념과 비볐을 때 잘 뭉개지지 않고 양념을 잘 묻혀내는 편이라 라면 사리나 소면보다 훨씬 괜찮았다. 물론 그런 만큼, 국물이 있는 요리에 넣어먹는 것에는 다소 맞지 않는 느낌이 있긴 했던 것 같다.


며칠 전 끓인 짜장 소스를 꺼내 놓고 파스타 면을 삶아 소스에 넣어 함께 볶으면서 이거 정말 괜찮을까 하는 회의를 내내 가졌었다. 그러나 그렇게 완성된 짜장 파스타의 비주얼은 의외로 쓸만해 보였고 한 입 먹어보니 배달이 아닌 집에서 해 먹어본 짜장면 중에서는 가장 쓸만했다. 가끔 배달이 밀려 다 불어 터진 채 한 덩어리로 붙어서 오는 어설픈 배달 짜장면보다도 훨씬 나아서, 파스타면의 이런 용도를 찾아내신 분들은 정말 얼마나 배우신 분들이라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제 앞으로는 카레나 하이라이스 말고 짜장도 더러더러 사다가 푹푹 끓여놓고 짜장밥도 해 먹고 짜장 파스타도 해 먹으면 될 테니 잘 된 일이었다.


그가 집에서 해줬던 음식 중에는 짜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번번이, 소스는 맛있게 잘 되는데 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대곤 했었다. 그렇게 여기저기 다 넣어보던 파스타면인데, 짜장면 끓일 때도 파스타면 한 번 넣어보자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를 한다. 스파게티면이면 스파게티면인 대로, 링귀니면 링귀니인 대로 맛있게 잘 먹었을 텐데. 이래서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후회라는 것인가 보다.


gv40000128413_1.jpg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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