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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꽤나 열심히 하던 일 중 하나는 가끔 외출 일정이 잡힐 때 오늘은 어디 가서 뭘 먹고 오느냐를 정하는 것이었다. 밥 한 끼 먹을 곳을 찾기 위해 그는 온갖 맛집 리스트를 다 뒤지고 그것도 모자라 실제로 갔다 온 사람들의 블로그 후기를 몇 개씩 읽어가며 정말 맛있는 곳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컨택한 집은 대개 훌륭했다. 그러나 가끔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직원이 불친절하거나 업장이 어딘가 지저분하거나 음식이 '그렇게까지' 맛있지는 않다거나.
그렇게 애써서 골라온 집이 여러 가지로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그는 표가 나게 언짢아했다. 그러면 나는 옆에서 열심히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좋았다거나 사이드로 나온 부추전이 맛있었다거나 쓰는 그릇들이 예쁘더라든가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괜찮았다'는 평을 내놓는 편이었다. 음식에서 이물질 같은 거라도 나왔다거나 한 정도의 일이 아니라면 어차피 돈은 써버렸고 밥도 먹어버렸다. 굳이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가며 불평을 해 봐야 내 기분만 나빠질 뿐이기 때문이다. 그냥 오늘 실망스러웠던 건 어떤 식으로든 '정신 승리'를 하면 그만이고, 좋은 별점 리뷰를 굳이 남겨주지 않으면 되고 주변에 누군가가 음식점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추천해 주지 않으면 되고 두 번 다시 가지 않으면 된다.
책이나 영화도 비슷하다. 나는 내가 내 시간과 돈을 들여 소비한 것에 굳이 나쁜 평을 하지 않는다. 나쁜 평을 하고 흠을 잡아봐야 거기 들어간 내 시간과 돈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적당히, 그 와중에 있는 좋은 점만 찾아서 기억한다. 그 대신 다른 사람에게 추천은 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난 후 좋았던 뭔가를 꼽을 때도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그야말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내 성격 탓도 있지만 나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허들 자체가 낮아서 그래도 이러저러한 부분은 좀 괜찮지 않았나? 하는 식으로 생각해 버리기 때문도 있다. 예의 음식점들에 관한 것도 비슷하다. 내가 그만큼 입맛이 까다로웠다면 지금처럼 그래도 그릇은 예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금요일에 그의 봉안당에 다녀오는 길에 기어이 올해의 슈크림라떼를 사 먹었다. 하도 혹평이 많아서 6천 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사 먹었는데 돈 아까운 맛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지만 슈크림라떼는 내가 기억하는 그 맛 그대로 달고 부드럽고 맛있었다. 혹자는 휘핑크림이 뻑뻑해져서, 혹자는 액상과당이 대체당으로 바뀌는 바람에 단 맛이 사라져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무디기 그지없는 데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내 입맛에는 그냥 물색없이 맛있기만 해서 이런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예민한 것보다는 적당히 무딘 것이 아무래도 살기엔 편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