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나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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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소위 '영화관 관크'는 꽤나 단골로 끌려 나오는 게시판 논쟁 소재다. 오늘 간만에 영화 하나 보러 갔는데 앞자리 혹은 옆자리에서 이러저러한 '관크'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어서 기분을 망쳤다는 글에 그게 관크면 이러저러한 건 괜찮나요? 하고 묻는 댓글이 달리고 그것 정도는 괜찮다는 사람과 그것도 관크라는 대댓글이 달리고, 그렇게 까다로워서 어떻게 공공장소에서 영화를 보느냐 그냥 집에서 ott나 보셔야 할 것 같다는 쪽과 영화 시간이 한 20시간 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두 시간 남짓인데 그것도 못 참으면서 왜 영화를 보러 오느냐는 쪽이 팽팽하게 맞선다. 뭐 한 두 번 보는 일은 아니고, 나부터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관크 같아 보이기도 했다가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가를 오락가락하는 것 같긴 하다.


어제의 주제는 관크 중에서도 '팝콘'이었다. 옆자리 사람이 팝콘 씹는 소리에 신경이 쓰여서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는 글이 시작이었다. 아니 팝콘 먹는 소리 정도가 신경쓰인다면 그냥 영화관을 가시면 안 될 것 같다는 쪽과 팝콘도 팝콘 나름이고 사람도 사람 나름이라 조용하게 먹는 것 가지고 누가 뭐라고 하느냐 유독 옆 사람 신경 거슬리게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쪽이 설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나는 극장에서 팝콘을 잘 먹지 않는다. 영화관 팝콘은 양이 너무 많아서 어지간해서는 영화 한 편을 보는 동안 한 통을 채 다 먹지 못하고, 그래서 절반 이상 버려야 하는 게 너무 아까워서다. 그 대신 그와 함께 극장에 갈 때는 따뜻하게 데워져 누글누글해진 치즈 소스를 뿌린 나쵸와 핫도그를 주로 사 먹곤 했다. 아니, 이것도 내 취향은 사실 아니다. 나는 영화관에서 뭔가를 먹는 걸 싫어한다. 주변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신경 쓰이기도 하고, 앞도 잘 안 보이는 캄캄한 극장 안에서 뭔가를 먹다가 흘리거나 떨어뜨리거나 엎지를까 봐 마음이 쓰이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그런 것에 마음을 쓰며 불편하게 영화를 보느니 그냥 아무것도 먹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의 말로 반쯤은 먹는 재미로 집에서 영화 안 보고 극장에 간다고 말하는 사람인지라 꼭 나쵸와 핫도그를 샀었다. 실제로 그가 떠난 후 나 혼자 간 극장에서 상영 내내 내가 먹은 것이라고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언제나 전부였다.


그가 떠나간 후 적지 않은 것들이 자의 반 타의 반 내 삶에서 잘려나갔다. 그런 것들 중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먹는 나쵸도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그 글에 달린 수십 개의 댓글을 읽어보다가 기억해 냈다. 요즘 극장 간식 값 비싼 걸로 유명한데 돈 안 들고 좋지 뭐 하고 생각해 버리기에는 영 뒷맛이 씁쓸했다. 그와 함께 먹은 마지막 극장 나쵸가 언제인지, 이젠 잘 기억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해서.


1621581451832z0.jpg 아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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