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478

by 문득

이번 주 월요일에 늘 하던 미팅을 하러 나가기 전에 핸드폰의 날씨를 확인해 보고 이제 올해는 끝났다고 내심 생각하던 패딩을 꺼내야 하나를 잠시 고민했다. 영하로 떨어지는 최저기온이야 아마도 새벽 기준일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전날에 비해 10도 가까이 떨어진 기온이 영 꺼림칙했다. 에이 설마. 별일이야 있겠나. 그런 생각에, 그냥 안에 받쳐 입는 옷이나 조금 두꺼운 것으로 껴입고 봄가을용이라 지금 바싹 입어두지 않으면 본전도 못 찾는 아우터를 입고 나갔다 왔다. 뭐 그리 나쁘진 않았다. 조금 쌀쌀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미팅을 잘 마치고 집에 돌아온 오후부터 이거 날씨가 좀 심상치 않은데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저녁 무렵엔 눈이 온다느니 하는 기상예보까지 떠서 더 그랬다. 아닌 게 아니라 자리에 누우려고 보니 이불 밖으로 내놓은 팔이 차가워지는 속도가 한겨울의 그것과 거의 비슷해서 드디어 날씨가 뒤끝을 한 번 부리는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다. 그랬더니 다음날은 거의 하루 종일,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창밖을 바라보면 몰아치는 바람에 섞인 눈발이 날리고 있어서 역시나 이대로 곱게 끝나진 않는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해가 지고 나면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추워져서 빨래를 하는 핑계로 잠깐씩 보일러를 돌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러던 것도 어제까지인 모양이다. 기온상으로는 어제까지도 날이 쌀쌀하다곤 했지만 창 밖으로 비치는 바깥의 풍경이 이미 어제의 눈발 날리던 풍경과는 달랐다. 저녁 무렵 잠깐 편의점에 다녀오느라 바깥에 나갔다 와 보니 아직 덜 풀린 날씨가 쌀쌀하긴 했지만 눈발 날리던 그제의 기세와는 역시 비교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번 겨울도 이렇게 물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다음 주 월요일 미팅에 갈 때쯤엔 옷 걱정을 안 해도 되려나 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일요일 최고 온도가 20도에 육박해 있어서 너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 정도면 이건 봄 날씨도 아니고 초여름 날씨가 아닌지. 정말로 올해는 4월부터 여름이 되려는가 싶기도 했다.


뒤끝은 부려봐야 뒤끝이다. 제 아무리 기세를 부려도 오래 못 가기 때문에 뒤끝인 것이다. 결국 그렇게 시간은 가고 계절은 바뀐다. 여기까지 써놓고 확인해 보니 마침 오늘이 춘분이다. 이미 그렇게 되기로 정해져 있는 것들은 아무리 뻗대고 떼를 써봐야 결국은 그렇게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극장 나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