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단하지 않아도, 마음이 가는 대로

by 보라

오래된 책 냄새가 좋다거나, 뭔가 근사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그냥 도서관이 좋았다.


책을 많이 읽지도, 빨리 읽지도 못했지만

그냥 책이 좋았고, 도서관이 좋았다.


DALL·E 2024-11-25 21.18.47 - A cozy living room with a young girl, around 8 years old, looking up at a large brick bookshelf filled with books. The bookshelf has a handmade, rusti.jpeg


엄마가 책을 좋아하셔서 거실에는 직접 만드신 벽돌 책장이 있었고,

중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분류기호를 붙이는 일을 했으며,

대학생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꾸벅꾸벅 졸며 근로장학생으로 일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책과의 인연은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인생은 점과 점의 연결이라고 했던가.

2024년, 나는 또 하나의 굵은 점을 그리게 되었다.


멍한 시기를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책 100권만 읽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책을 읽기 시작하며 떠오른 또 다른 생각은,

'하고 싶은 것 중 지금 할 수 있는 건 바로 하자'는 마음이었다.


책 가까이에 있고 싶었다.

그리고 도서관은 내게 늘 편안한 공간이었기에

아무 조건도 따지지 않고,

'좋으니까'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네 도서관에 근로지원서를 냈다.

늘 그렇듯 소심하면서도 무모했고, 용감하면서 당찼다.



갑작스레 시작된 6개월의 도서관 근무, 그리고 또다시 6개월.

매주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도서관에서 보내는 일은

격동의 2024년, 내게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책을 정리하고,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쓰는 그 모든 순간이

상상 이상의 기쁨이었고,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루하루의 출근을 기록하며 적어두었던 메모를 펼쳐,

이제는 글로 남기는 여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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