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48번의 일요일
2024.02.11. 설 연휴, 휴관
2024.02.18. 여섯 번째 근무
가슴 설레게 섹시한 도서관 단순 노동의 매력
책이 많은 공간에 '머무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서가에서 책을 찾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었다.
'역시 난 특이한가' 싶었지만, 그 감정의 답을 도서관에서 찾았다.
도서관의 대출 반납 업무는 거의 몸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이용자가 가져온 책을 대출하거나 반납하고,
서가에 책을 정리하거나 상호대차 도서를 준비하는 등
실물 도서의 움직임에는 사람의 손길과 움직임이 함께한다.
상호대차, 즉 A도서관 책을 B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도록 책을 이동시키는 작업도 그런 일 중 하나다.
그렇게 책에 움직임을 주다 보면 어느새,
'언젠가 읽어야지' 했던 책과 우연히 다시 만나고,
'이 저자의 영상은 많이 봤는데, 책이 출간된 줄은 몰랐네' 하며 놀라기도 한다.
심지어 '이런 주제를 다룬 책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에 짧은 순간이지만 내 세상이 확장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대출 반납이나 서가 정리처럼 단순해 보이는 일이
내게는 마치 가슴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설레고 섹시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나는 도서관에 갈 때 읽어 보고 싶은 책의 목록을 대강 정해 가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우연히 맞닥뜨린 책과 근처의 다른 책을 빌려 오곤 한다. 주제별로 느슨하게 분류되어 있는 서가에선 해당 주제에 대해 내가 미처 알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예술사가 아비 바르부르크는 이런 기분 좋은 조우에 대하여 ‘서가 옆 책’의 법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잘 모르고 막연한 생각만 품고 있을 때조차 도서관은 가치 있는 무언가를 보존했다가 배회자에게 안겨 주었다. 이런 세렌디피티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온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
김지원 작가가 전해준 '서가 옆 책'의 법칙처럼,
누군가 반납한 책에서 우연히 내 의문의 답을 찾은 것처럼,
이런 순간이 바로 도서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세렌디피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