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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의심받는 순간들

오해 속에서 피어나는 배려와 이해의 힘

by ㅇㅈㅇ

세상은 훌륭한 곳이며,

그 안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작은 노력을 해야 한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해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우리는 종종 오해받고, 또 오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작은 배려와 이해가 모이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 나는 결백하지만, 그 결백을 증명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쓴다. 그렇게 작은 노력들이 모여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를 바란다.


오해받는 순간들


우리는 때때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의심받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아무리 떳떳해도 상황에 따라 행동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남들이 나를 흘끗 쳐다보는 눈빛 때문이거나, 혹은 나 스스로가 의심받을 상황이라 여기면 괜스레 불안해진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전 결백합니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해치지 않아요"라고 변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외모나 분위기가 강해 보이면 더욱 그렇다.


지하철의 눈치 싸움


지하철을 탄다. 사람들이 가득 찬 객실에서 조용히 자리를 찾는다. 그런데 내 앞에 앉은 여성이 핸드백을 꼭 쥐고 나를 의식하는 눈치다. 나는 그저 창밖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 시선이 나를 찌른다. 결국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무심한 척 앱을 뒤적인다. "난 그냥 평범한 승객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일까 봐 그냥 참는다.


야간 조깅의 오해


밤에 조깅을 나간다. 캡 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뛰는 동안은 자유롭다. 그러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앞서 걷던 여성이 힐끔힐끔 뒤를 돌아본다. 나는 내 갈 길을 가고 싶을 뿐인데,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고 잠시 멈춰 휴대폰을 본다. "난 그냥 운동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더 수상해 보일 테니까.


편의점에서의 눈총


편의점에 들어간다. 간단한 물건을 사려는데 원하는 것이 없다. 고민하며 매장을 둘러보는데, 직원의 시선이 느껴진다. CCTV도 나를 주시하는 것 같다. 이대로 나가면 뭔가 훔쳤다고 오해받지는 않을까? 결국 찾지 못한 물건 대신 다른 걸 집어 계산한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더 수상할까 봐 그냥 넘긴다.


사는 게 피곤하다


사는 게 피곤하다. 죄짓고는 못 살겠다. 나는 '정상'인데도 '정상'인 척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나는 결백한데 결백함을 증명해야 한다. 나의 시선, 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나는 남을 배려한다고 생각하는데, 남들도 나처럼 배려하고 있을까? 혹시 나만 이런 걸 신경 쓰는 걸까? 뭐, 어쨌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으면 괜찮은 거다.


작은 배려의 힘


세상은 복잡하고,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신경 써서 행동하고, 남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려 더 조심하는 것.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


상상 속의 따뜻한 세상


상상해 본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어떨까? 내가 지하철에서 여성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러 눈을 피할 때, 그녀도 나의 배려를 알아주고 고마워하는 세상. 내가 밤에 조깅을 할 때, 사람들이 나를 의심하기보다는 그냥 운동하는 사람으로 봐주는 세상. 내가 편의점에서 오래 머물러도 아무도 나를 의심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이 올 수 있을까? 적어도 내가 먼저 노력한다면, 어쩌면 그 작은 변화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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