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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

사랑 위에 사랑

새로운 차원의 사랑

by ㅇㅈㅇ

부모를 향한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 진실이다.

그 깊이는 우리가 자라며 점점 더 선명해진다.


- 앨리스 워커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 문득 감사한 마음이 스쳤다.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그 작은 일이 내게는 큰 행복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은 따뜻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우리는 늘 함께할 것 같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기에.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결혼식 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엄마와 정장을 입은 아빠의 모습을 꼭 보고 싶다. 훗날 손주 손녀를 안고 환히 웃으시는 모습을 그려보니 벌써 눈가가 촉촉해진다. 동시에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그 순간 깨달았다. 부모님을 향한 내 사랑이 더욱 깊어졌음을. 이제는 더 이상 그분들께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건강히 내 곁에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늙어가는 모습 그대로도, 흘리며 식사하는 모습도, 잔소리하는 모습도, 서툰 디지털 기기 사용조차도 그저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하다.


혹시 이게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까? 이것이 조건 없는 사랑일까? 내 부모님이기에, 그 존재만으로도 고맙고 사랑스러운 감정.


각박한 세상에서 무엇 하나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날들 속에서도, 부모님 생각이 날 때면 주저 없이 찾아가야겠다. 마음이 향하면 내 발걸음도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전화를 걸면 들리는 그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내겐 큰 위안이니까.


돌이켜보면 부모님을 향한 내 마음은 점차 변해왔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는 여전히 미숙했고, 때때로 화를 내는 철없는 아들이었다. 25살 즈음이었을까. 혼자 흐느끼며 스스로 다짐했었다. 다시는 부모님께 화내지 않겠다고, 그분들을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사랑으로 모시겠다고.


나는 왜 그랬을까?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 다짐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마음조차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다. 부모님께 잔소리를 하고, 그들의 작은 흠을 잡고, 때로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며 부끄러워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그 미성숙했던 나를 반성하며, 오늘 또 하나의 다짐을 한다. 이제는 모든 것이 괜찮다. 있는 그대로 부모님을 사랑하겠다고. 앞으로 남은 인생, 부모님의 모습을 내 마음 깊이 새기고, 그분들의 목소리를 소중히 간직하려 한다.


언젠가 그들의 빈자리를 떠올리며 흐느낄 내가 아주 조금 덜 후회하도록. 눈을 감고 떠올릴 그들의 모습이 더 천천히 흐려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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