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뮤니케이션 능력
30~35분 간격으로 영어 세션이 진행된다.
주제가 주어지고,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피칭한다.
하지만 언제나 느끼는 점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온전히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자리는 자유로운 대화를 지향하지만, 정작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만이 허용된다.
누구도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기에, 다수가 동의할 만한 안전한 의견으로 방향을 튼다.
조금만 반대 의견이 나와도 금세 표정이 굳고, 그걸 또 받아치면 싸늘한 공기가 감돈다.
결국 대화의 목적은 '대화 그 자체'가 되어버리고, 무엇을 이야기했는가는 뒷전이 된다.
"논쟁하러 온 게 아니니까."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렇게 한마디 한마디 신경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극심한 피로가 몰려온다.
우리는 자유로운 모임 속에서도 일종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자유는 늘 누군가의 불편함에 의해 억압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상하게도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양산되는 구조.
그 안에서 나의 '진짜 생각'은 자꾸 위축된다.
나는 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생각이란 없다는 것을.
내가 자유로워지면, 내 말은 누군가의 불편함이 되고,
그 말은 또 다른 말과 충돌하며 진흙탕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진정한 자유란, 단순히 ‘말할 수 있음’이 아니라
내 생각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능력’이다.
반박을 받아들이고, 다시 반박하고, 또다시 설명할 수 있는 지적 능력.
논리와 유머, 위트로 분위기를 풀 수 있는 소통 능력.
어쩌면 이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생각보다 쉽게 평가절하하는 역량이 아닐까.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무겁지 않게 진심을 꺼내는 힘.
그게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