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무언가를 ‘잘’ 하려고 합니다.
저에겐 운동이 그랬고, 특히 태권도와 크로스핏이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취미로 시작했는데, 점점 재미가 붙으면서 왠지 모르게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죠. 특히 크로스핏은 한창 재밌게 했을 때 몸이 지치지 않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둔 지 오래된 지금, 다시 시작했을 때 예전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는 제 모습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좋아서 시작한 운동인데, 갈수록 예전에 느꼈던 재미는 온데간데없고, 힘들기만 하고, 예전엔 쉽게 됐던 동작들이 이제는 힘겹고 몸이 아파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꾸준히 하지 않은 저를 자책하거나 야속한 세월 탓으로 돌리기 바빴죠.
‘초심자의 버프’라고 하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체력과 근력 등 신체 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러다 점점 좋아지는 폭이 줄어들게 되죠. 그래서 장기적으로 오래 즐기기 위해서는 ‘잘’ 하고 싶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시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못해도 괜찮아! 라는 마음가짐으로요. 뭐 어떻습니까, 내가 이 운동이나 이 분야로 먹고살아야 하는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요.
저도 여러 운동을 경험해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분야의 선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물론 지금 선수가 되기에도 힘들겠지만요.)
그리고 아직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운동을 즐기며 그 운동의 특징을 몸으로 체득하고 배우고, 코치님의 수업 방식을 보고 배우는 등 저에겐 매일매일이 배움의 연속입니다.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정말 그때부터 운동이 재밌어집니다.
최근 들어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 운동은 바로 주짓수입니다. 주짓수를 시작한 지 벌써 6개월이 되었는데요. 비기너 시합도 나가보고, 운이 좋게도 우승까지 했습니다. 그 덕분에 화이트 2그랄로 승급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주짓수에 재미를 들리게 된 건 주짓수라는 운동이 매력적인 것도 있고, 관장님께서 잘 가르치시는 것도 있지만, 특히 제가 ‘못하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아무리 제가 기본적인 근력과 운동신경이 다른 이들보다 좋다고 하더라도, 유색띠(파란띠, 보라띠, 갈색띠 등 색깔 있는 띠) 분들께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그분들은 오랜 시간 동안 기술을 갈고닦았기 때문이죠. 아무리 힘이 좋아도, 아직 기술이 부족한 햇병아리인 저는 그분들에게 한참 못 미칩니다.
언젠가 관장님께서 주짓수는 몸으로 하는 체스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면 어떤 상황에서 갈 수 있는 길이 많아지고, 그 길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직 그 길이 한 가지만 보이거나 아예 보이지 않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다니다 보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 어렵고 힘든 운동이지만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제가 못해서 더더욱 재미있고요.
여러분도 운동이나 다른 취미생활을 배우는 과정에서 어렵고 힘들다고 느껴지더라도, 잠시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못하는 게 당연해요. 우리는 초보이고, 못하기 때문에 배우러 다니는걸요. 꼭 결과가 좋아야만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그 과정에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오히려 과정에서 배우는 게 더 많을지도 몰라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못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