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회식 자리에서 동업자 선생님한테 들은 말)
실제로 회식 자리에서 동업자 선생님이 내게 한 말이다.
대화 도중, 내가 “오래 걸리는 목표, 쉽게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들었다.
맞다. 나는 애초에 단기간에 쉽게 해낼 수 있는 것에게는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는다. (물론, 그 목표에 ‘좋아하는 마음’이 깔려있다는 전제하에다.)
스무 살 초반, 대학생 시절에 시작해서 한동안 빠졌던 크로스핏은 내가 좋아할 만한 조건을 갖춘 운동이었다.
크로스핏은 한 가지만 잘해서는 와드(WOD;Workout of the day, 그날의 운동)를 잘 해내기 힘들다.
체조 동작(핸드스탠드 푸시업, 풀업, 머슬업 등), 역도 동작(클린, 스내치), 스트렝스, 심폐 지구력, 협응력 등 갖춰야 할 요소가 많다.
힘이 약해도 안 되고, 지구력이 부족해도 안 된다.
나는 스트렝스보다 지구력, 체력에 자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스트렝스가 금방 느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파워리프팅도 배워 보고, 정확하고 좋은 자세로 운동하고 싶어 역도도 배웠다. (나는 파워리프팅보다는 역도가 좀 더 잘 맞았다.)
작년 여름에 시작한 주짓수도 그렇다.
아직 화이트 2그랄 햇병아리인 내가 아무리 다른 분들보다 힘이 좋다고 한들, 블루벨트, 퍼플벨트 이상의 분들에게는 힘만으로는 기술로 당해 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레슬링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주짓수 탑 포지션을 잘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레슬링을 배우고 나서 태클 거는 게 아예 몰랐을 때보다는 그나마 수월(?)해졌다. 레슬링도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 자주는 못 나가더라도 꾸준히 나가보려 한다.
모두 내가 못해서 재미있는 운동들이고, 1년 뒤, 5년 뒤, 10년 뒤의 내 모습이 기대돼서 계속하고 싶은 운동들이다.
최근에 PT를 받기 시작한 칼리스데닉스라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코치님께서 실력이 있고 코칭 실력이 좋았던 점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플란체’라는, 남자들도 몇 년은 걸리는 그 어려운 동작을 해내고 싶었다.
풀업이나 푸시업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한다. 하지만 아직 플란체를 성공한 여성분은 보지 못했다.
코치님이 말씀하시길, 이 운동은 ‘도를 닦는 수련’과 같다고 한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경쟁보다 도를 닦는 운동(?)을 좋아한다.
상대방보다 어제의 나를 이기고, 1년 뒤, 5년 뒤, 더 발전된 내 모습을 상상했을 때 도파민이 돈다.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대부분은 단기간에 무언가를 얻고 싶어한다.
숏폼, 릴스, 유튜브, 인터넷 등으로 정보를 빠르게 얻고,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다.
자연과 함께 걷고 뛰는 시간보다, 꽉 막힌 건물들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배달을 시키고 영상에 중독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책을 읽기보다, 누군가가 요약해준 영상을 보는 것이 편해졌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기보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익숙해졌다.
운동을 하기보다, 다이어트 약을 먹는 것이 쉽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없다.
설령 얻는다 할지라도, 결국 오래가지 않는다.
공부든, 운동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지금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분명 더 단단한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