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무소속생활자 Ep65)
사랑에는 여유가 필요하다.
상대의 호의와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하는 순간, 혹은 가까워졌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기 시작하는 순간, 관계는 쉽게 흔들린다.
팟캐스트 무소속생활자(Ep65/하다보니 너무 깊어진 우리의 사랑 얘기/25.07.19)에서 도아 님이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오래 만난 애인이라도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다.” 겉으로만 보면 가벼운 문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말 뒤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도아 님은 여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선호하며, 모든 것을 함께하는 데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늘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했다. 나 또한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혼자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홀로 있을 때 더욱 충만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여행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낼 줄 아는 사람이 타인과의 시간도 온전히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다”는 말 역시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것은 관계를 위협하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애틋한 선언처럼 들렸다. 우리는 언제든 헤어질 수 있지만, 오늘도 다시 만나기로 선택한 것. 이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가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고맙고, 애틋하며, 소중하게 여겨진다.
관계가 오래 지속될수록 우리는 상대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저 사람은 분명 이럴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하거나 단정 짓는 태도가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타인을 온전히 알 수 없다.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있고, 보여주지 않는 면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추측하기보다 묻고, 궁금해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이 곧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호감은 노력하지 않아도 생기지만, 사랑은 이어가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관계를 끊는 일은 쉬울 수 있으나, 이어가기 위해 애쓰고 이해하며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사랑이다.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 가족, 친구, 애인, 그리고 일.
나에게는 특히 사람에게 마음을 다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가까운 관계일수록 지켜야 할 예의와 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상대를 안다고 단정하지 않는 사람, 독립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 자기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사람, 꾸준함을 지닌 사람을 존중한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솔직히 말해 요즘은 연애보다 일이 더 즐겁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적어도 노력과 성과 사이에 일정한 인과가 존재한다. 그러나 관계는 다르다. 예측할 수 없고, 내가 당연하다고 여긴 것이 상대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때로는 지치고, 사람 자체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믿고 싶다.
“당연한 것은 없다.” 오늘도 서로를 선택하는 마음, 그리고 그 선택을 이어가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