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모닝루틴

출근길, 책, 커피

by 빙수코치

출퇴근길에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는 요즘이다. 지하철 개찰구에 휴대폰을 태그하면 원래 '삑-'소리만 나던 게, 최근부터는 '삑-청년.' 이라며 내 신분(?)을 강제로 공개해 버린다. 며칠 전 어떤 중년의 카드 태그 소리도 청년'이었는데, 이렇듯 마음만은 청년인 이들이 많기에 이렇게 강제 공개(?)를 하는 것일 테지.


주짓수 도복이 담긴 가방을 메고, 책 한 권을 들고 지하철에 타면, 이상하게도 그 짧은 시간에 책이 술술 읽힌다. 다른 호선에 비해 비교적 사람이 덜한 6호선을 타고 오다 우이신설선으로 갈아타면 성신여대입구역에 도착하는데, 6번 출구로 나와 안핏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늘 새벽 6시부터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메가커피가 있다. 이곳에 들러 카페인 수혈을 하는 게 바로 나의 모닝 루틴 중 하나다.


초창기의 안핏은 새벽 6시 30분 그룹수업이 있었다. 새벽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는 꼭 커피를 마셔야만 했는데 메가커피 사장님은 영업 시작 10~20분 전에도 주문을 받아 주셨다. 이곳의 영업시간은 나에겐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오늘도 여전히 출근길에 카페를 들렀다. 사장님은 이제 나를 보시면 자동 반사처럼 바로 "아아 하나요~"라며 주문 확인을 하시곤 30초도 안 돼서 커피를 내어 주신다. 신기하게도 같은 메가커피여도 다른 지점은 이곳 같은 맛이 안 난다. 고급지고 더 좋은 원두를 쓰는 카페야 많겠지만, 아마 이곳의 커피 맛은 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깨어 있는 시간에는 많은 카페가 문을 열겠지만, 아침 6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하루의 시작과 끝 시간에 계시는 사장님은 없으리라.

처음엔 커피 값도 저렴하다 보니, 가성비가 좋아 자주 이용했다. 그러다 나의 출퇴근 시간과 동일하게 가장 일찍, 가장 늦게 문을 닫는 이곳을 보고 나도 모르게 점점 발길이 갔다. 성실하고 친절하신 사장님이 계셔서 더 그랬달지.


생각해 보면 그렇다. 실력이 좋고, 위치가 편리하고, 공간이 멋져도 결국 다시 찾게 되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그저 가성비 좋고 적당히 입에 맞으면 그만이었던 내가 자주 발걸음을 하게 되는 데는, 한결같이 성실하고 친절하신 사장님이 계셔서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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