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꿈을 말하다

by 하하연



“올해 나의 꿈은 가위손이야.”

“가위손?”

“올해 나의 꿈은 전교회장이야.”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단어였다. 가위손이 된가는 것이 헤어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뜻은 아닌 것 같아 물었다.


“가위손이 뭐 하는 건대?”

“학교에 가위를 3개씩 가지고 다녀서 필요한 친구들 나눠 주는 거야.”



황당한 단어 치고는 꿈이 예쁘고 다정했다.



“좋은 생각인 것 같긴 한데... 어쩌다 그런 생각을 했어?”

“작년에 우리 반에 풀 5개씩 가지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어. 친구들이 풀이 필요한 때마다 그 친구한테 빌려달라고 부탁하더라고... 그게 좋았어. 그 친구 이름이 지원이었거든. 애들이 풀 필요할 때면 지원아, 풀 좀 지원해 줄래?라고 말하면 다들 웃었어.”



친구가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전교회장이 아니라 가위손도 괜찮은 꿈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자주 준비물을 깜박했다. 국사 교과서가 없어서 옆 반에서 빌리고, 미술시간에 물통을 안 가져와서 또 빌리곤 했다. 가장 난감했던 건 체육복 가져가는 걸 잊은 날이었다. 체육복은 빌려주는 친구도 찝찝한 품목이었는데, 친구들은 매 번 잘 빌려주었다. 무언가를 안 가져올 때면 자책을 했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 빌릴수록 요령도 늘어갔다. 어제는 지원이에게 빌렸으면, 오늘은 선경이에게 빌렸다. 친구들은 한 번도 싫은 척을 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풀을 다섯 개나 들고 다니는 지원이 같았다.



세월은 흘러 지금의 교실에도 나처럼 깜박하고 준비물을 잘 챙겨 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또 그들 곁에는 준비물을 빌려주는 친구도 존재할 것이다.



아이의 꿈은 준비물을 자주 빌렸던 엄마같은 아이들을 돕는 꿈이었다.

가위손은 반 친구들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다.




p.s ----------------------------------

“그런데 반 애들이 자주 빌리는 학용품은 뭐야?”

“지우개.”

“그럼 지우개 여러 개 들고 가야 하는 거 아냐?”

“난 가위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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