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실패 없는 음식은 무엇일까?
저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난 피자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여행에서 많이 걸어서 지칠 때면 맛집을 찾을 힘도 없었다. 그곳이 어디든 주변을 둘러보고 적당히 요기할 곳을 찾았다. 여행에서 그런 위기의 순간은 종종 찾아온다.
숙소 주인이 추천한 집 근처의 호수는 생각보다 멀었다. 3시간이나 걸렸다. 가깝다고 했는데... 3시간 코스가 가까운 것인가? 호수로 둘러 쌓인 곳에서 이미 지쳤지만 외진 곳이라 택시를 부를 수도 없었다. 그렇게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동네의 번화가에 도착했을 땐, 마땅히 먹을 곳이 없었다.
이곳저곳 어슬렁 거릴수록 야수가 튀어나올 듯한 배고픔이 밀려왔다.
"그냥 여기 들어가자."
피자집이었다. 잘 모를 때에는 가게의 시그티처 메뉴를 시키는게 안전했다. 겉으로 보았을 때에는 늘 먹던 피자와 별 차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맛있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허기를 채우는 식사였다.
피자와 함께 나온 건 양배추 같은 야채가 썰린 샐러드였다.
'여기는 피클대신 이걸 먹나?'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입 무니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상콤해서 피자와 잘 어울렸다.
한국에서 치킨집에 가면 마요네즈와 케첩이 버무려진 핑크색의 소스만 다를 뿐이었다.
감라스탄을 여행할 때에도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동선에 맞는 준비된 맛집을 찾는 건, P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김없이 전투적인 관광길에 배고픔이 밀려왔고, 혹시라도 망한 식사가 되면 하루의 기분을 다 망칠 수 있기에 안전함을 택했다.
이번에도 피자였다.
이곳에는 파스타도 함께 주문했는데, 너무 느끼해서 그대로 다 남겼다.
여기서 또 한 번의 놀람이 찾아오는데,
바로 어마어마한 양의 식전빵이었다. 쫄깃하고 따뜻해서 너무 맛있었다. 이것만 먹어도 배부를 것 같았다.
식전빵 하나 푸짐하네^^
이걸 본격적으로 먹었다가는 피자를 못 먹을 위기에 처할 수 있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대식가인가?
혼자 온 손님은 이 식전빵과 피자 한 판을 다 해치웠다.
우리는 피자를 먹기 위해 이 빵을 조금만 먹었다.
지금 사진을 보면서도 또렷한 맛이 생각나지 않는 걸 보니, 이 피자 역시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이 순간 군침이 도는 이유는 뜻밖에도 피클 대신 나온 양배추 때문이다.
두 곳의 피자가게에서 다 양배추샐러드는 주는 거 보니, 스웨덴에서는 피클대신 이 샐러드를 먹는다는 확신이 커졌다.
피자 맛이 생각나지 않으면 어떠한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뭐라도 기억에 남으면 되었다.
또 하나의 문화를 접했으면 된 거다.
어차피 기억은 각색.
피자의 추억을 못 얻었어도, 샐러드의 존재를 알았으니 이 또한 행운 아닌가?
스웨덴에 몇 년 산 것도 아니면서 피자를 먹을 때면 괜스레 새콤 오묘한 맛의 요 양배추가 떠오른다.
고작 두 번의 경험이 이렇게 강력하다니...
나도 내가 어이가 없지만
고이는 침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스웨덴에 간다면
피자집에 꼭 들르세요.
양배추 샐러드가 맛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