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라탕
“나 마라탕 먹고 가도 돼?”
“누구랑?”
“혼자.”
“혼자 먹는다고?”
“응”
“혼자 어떻게 먹어?”
”먹을 수 있어.”
월요일 6시, 영여 학원이 끝나면 아이에게 전화가 온다. 처음에는 그렇게 먹고 싶은 마라탕이니 먹고 오라고 했는데, 다음 주에도, 또 그다음 주에도 마라탕 먹고 가도 되냐고 했다. 다른 날은 바로 집으로 오는데, 왜 월요일에만 마라탕이 간절한지 궁금했다.
“왜 월요일마다 마라탕이 먹고 싶어?”
“스트레스 풀려고. 월요일부터 학원 시작이니까 끝나면 마라탕이 생각나.”
“그러면 학원가는 월, 화, 수, 목 다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고 싶지만 못 그러니까 월요일에 먹고 힘내야지.”
내가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다가 아이의 전화를 받으면 식사는 헛일이 되어 아쉬웠지만,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가족은 매주 <금요 외식회>를 한다. 온 가족이 수고한 시간을 다독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 주에 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셋 모두가 일주일 중 제일 기분이 좋은 날이 금요일이기에, 모두가 그날의 외식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번 주에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일주일의 즐거움이다. 그런 가족문화를 몇 년 동안 지속하고 있으니, 아마 아이의 <월요 마라탕>도 그것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마라탕을 안 좋아하니, 금요외식회의 메뉴로는정할 수 없어 낸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지만,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혼밥을 시작한 나는 13살에 혼밥을 하는 아이가 놀라웠다.
“혼자 가면 안 어색해?”
“응. 핸드폰 있잖아.”
“주변은 다 여럿이 먹지 않아?”
“어, 2명, 3명이 먹지.”
“그럼 넌 어디에서 먹어?”
“2인용 식탁에서 맞은편 의자에 가방 올려놓고 먹어.”
“지난주에는 몇 원어치 먹었어?”
“9천 원 나왔는데, 많이 남았어. 그래서 오늘은 8천 원어치 먹었거든, 이번에는 조금 남았어.”
“점점 네 양을 알아가네.”
혼자 먹는 아이의 모습이 신기해서 친정엄마에게 말했더니, 혼자 있는 시간에 당당한 손녀의 모습이 부럽다고 했다. 여전히 나는 혼밥을 하러 갈 때는 수많은 생각이 들고, 식당에 앉아서도 어쩔 줄 몰라하는데 당당한 아이의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아이가 마라탕을 먹고 온다고 했을 때, “엄마가 집에 밥 해놨어. 무슨 마라탕이야. 어서 집에 와서 밥 먹어.” 하기보다는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스트레스 관리는 내가 해줄 수 없으니, 음식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다행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