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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Sep 01. 2020

집이 입는 옷

집의 나이 11살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낡아진 내부는 새롭게 단장이 필요해 보였다.

집 근처의 인테리어 회사 두 곳에 상담을 하고 견적을 받았다.


첫 번째 방문한 곳은 딱 기본. 수학의 정석 같은 인테리어였다. 마치 분양받아 들어가는 아파트에서 볼 법한 것들 위주였다. 벽, 바닥, 전등, 화장실 등 어떤 감흥이 없었다. 깔끔했다. 가격도 깔끔했다.


구하우스 사진




두 번째 인테리어 회사의 포트폴리오들은 두근거렸다. 아치형의 문도 보였고, 주방을 카페처럼 살짝 가려주는 디자인, 화장실의 타일도 컬러풀했다. 기본을 넘어서 감각이 여기저기 숨어 있었다. 가격은 디자인이 들어간 값이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자 다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디어 값2천만 원이나 차이가 났다. 물론 아름다운 디자인을 구현하는 인력과 재료가 포함되었을 것이다. 마음은 온통 후자로 가득했는데 주머니 사정이 전자를 리켰다.



뇌가 마음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소모품이잖아.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잖아!!

ㅡ기본만 하고 나머지는 예쁜 가구를 사서 놓자.


다른 이유들을 줄줄이 가지고 와도 그 아치형의 문을 매일 보고 싶어 졌다. 내 공간 안에 들이고 싶다.


그러다 인테리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 했다.


집이 입는 옷



그러니까 집에 단정한 실내복만 입힐  것인가?

하이힐도 신고 귀고리도 달고 모자도 쓰고 한 껏 멋을 낼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그다음 주 또 다른 곳에서의 상담을 받았다. 그곳은 디자인보다 고객의 돈을 절감해주는 기술적인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베란다 확장으로 창호를 다 바꿔야하는 줄 알았는데,

창문을 그대로 두고 이중창이 아닌 창 하나만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화장실도 철거비용 절감을 위해 그 위에 타일을 덧 놓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동안 해오신 포트폴리오를 보여달라고 했는데 찍어놓은 사진이 없다고 했다. 다 소개여서 누군가의 집을 직접 보고 의뢰한 고객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결과를 보지 않고 고르기란 어려웠다.


이건 또 무슨 소개팅 같기도 했다. 공간을 만드는 건 사람이 하는 일인데 상대의 취향과 가치관까지 맞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추가되었다.



우리의 새 보금자리는 어떤 옷을 입게 될까? 마지막 남은 내일의 미팅이 또 다른 흐름으로 의식을 이끌 것 같다.



나머지 글은 또 다른 업체와의 미팅, 소개팅을 끝내고 와서 적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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