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팀이랑 하고 싶어서 이사 날짜까지 바꿨잖아.”
언니는 7년 만에 이사했다. 7년 전에도 588팀(이삿짐센터 이름)과 하고 싶었는데, 예약이 꽉 차서 못했다며 이번에는 손 있는 날에 이사를 잡았다고 했다. 그 팀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언니가 이렇게까지 열정적인 건지 궁금했다. 며칠 뒤,
“언니, 이사 잘했어요?”
“잘했지. 나 이사 후에 이렇게 손 안 가기는 처음이야.”
“왜요?”
언니의 입술이 좌우로 움직이며 이사 에피소드를 쏟아낼 준비를 했다.
“이사팀이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더라고. 아빠랑 엄마, 아들, 딸, 손자, 손녀. 남자 셋, 여자 셋. 이사 후에 장롱을 열었는데, 옷들이 다 같은 옷걸이에 가지런히 걸려 있더라고. 근데 내가 못 보던 블랙 벨벳 옷걸이더라. 알고 보니 팀에서 미리 사서 준비했대.”
“보통 집에는 옷걸이가 다 다른데, 같은 걸로 바꾸기만 해도 정돈되겠다. 정리 팁이네.”
“옷걸이 하나 바꿨을 뿐인데…. 우리 옷 아닌 줄 알았어. 옷걸이뿐만 아니라, 정리 바구니도 따로 가져왔더라. 이사한 집이 전에 집보다 수납장이 작아서 넣을 공간이 부족했어. 그분들이 바구니를 이용해서 차곡차곡 정리하니까 많던 게 다 들어가더라고. 이불도 얼마나 가지런히 접어놓았던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테트리스 같았다) 이삿짐센터들 어차피 집주인이 따로 정리해야 하니까 이불, 옷, 대충 넣어놓기도 하는데, 그런 게 없어. 화장실 수건도 호텔 수건처럼 접어놓았어.”
“가구만 옮기는 게 아니라, 정리 전문가를 부른 것 같네요.”
“맞아. 딱 그거야. 주방의 찬장을 열었는데 커피가 상자가 반으로 작아진 거. 상자 부피가 크니까, 위에 남는 부분을 잘라서 작게 만들고 위의 공간에 다른 물건들을 넣어 놓았어. 약상자도 반 잘라서 상표가 보이도록 배치하고. 더 놀란 건 뭔지 알아?”
“뭔데요?”
“보통 일하시는 분들 중간에 간식 드시라고, 음료랑 빵, 과자 같은 거 챙기잖아? 식사비도 따로 드릴 때도 있고. 그날 드시면서 일하시라고 간식 챙겨놨거든. 그런데 아침에 오자마자 우리한테 스타벅스 음료를 건네는 거야.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딸기 요거트를 사 왔다며...”
“언니가 준 게 아니라 받았다고요?”
“응. 자기네 식사도 알아서 하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하더라고. 점심 먹고 와서는 이번에는 또 이디아 아이스티를 사 왔어. 우리 먹으라고.”
“점심 음료까지요? 아침에는 스벅, 점심에는 이디아?”
“나 황송해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 그 팀이 일할 때, 가족끼리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이사가 힘든 일이어서 신경이 예민해질 수 있는데, 서로 농담 주고받으며 일해. 손자, 손녀들도 젊은데, 일 잘해. 보기 드문 청년들이야.”
“환상의 팀워크네요. 이사할 때, 구성원들 일 못하면 팀장이 면박 주고 그러기도 하던데. 그러면 이사 내내 불안하잖아요. 너무 좋았겠다.”
“이게 끝이 아니야. 그날 비가 좀 왔거든. 현관에 신발 자국이 있을 수밖에 없는 날이었는데, 마무리할 때 보니까 현관에 물 얼룩 하나 없이 닦고 갔어. 그리고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 일회용 덧신 신을 때도 누가 보든 안 보든 계속 갈아 신으면서 청결을 유지하더라고.”
“그거 쉽지 않은데. 나도 이사할 때, 일하는 분들이 까먹기도 하고, 스리슬쩍 밖에서 신던 것 신고 들어오기도 해서 신경이 쓰였거든요.”
“보통 그렇잖아. 진짜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더라. 신경 쓸 게 하나도 없어. 오히려 문을 열 때마다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계속 놀란다니까.”
그 팀한테 이사 날짜까지 맞춘다는 언니의 말에 의아했는데, 이사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없던 이사도 만들어서 그 팀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이사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흥미로울 일인가? 이삿짐센터에도 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객의 감동은 비행기 안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이사 항공 1등석의 서비스였다. 588팀은 전문성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회의를 하고 서로 소통했을까? 아마 우리가 모르는 역사가 있을 것이다.
마지못해 할 수밖에 없는 이사를 넘어, 아름다운 이사가 될 수 있다니…. 모든 과정이 마치 다른 행성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신비롭게 들렸다.
어쩌면 그들은 외계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