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하연 Oct 26. 2024

수납장 뭐하러 사?

살다 보면 자신을 오해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10년 넘게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해였다. 전에 살던 아파트는 신축 아파트여서 곳곳에 수납장이 많았다. 신발장, 주방, 거실장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다 넣을 수 있었다. 살림살이들이 수납장 안에 들어가 있으니, 거실에 나와 있는 물건은 얼마 없었다. 거실을 대체로 깨끗했고, 늘 정리된 모습이었다. 나를 살림을 깔끔하게 하는 사람, 정리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하는 날이었다. 수납장 안에 있던 많은 물건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사 가는 곳은 오래된 아파트여서 수납장이 하나도 없었다. 가져온 물건은 많은데, 넣을 곳이 없었다. 밖에 나와 있는 물건을 보며, 내가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납장이 모든 걸 숨겨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납장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걸 몰랐다. 만약 알았다면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수납장을 많이 만들었을 텐데…. 어리석게도 아이 방에 옷장 하나만 만들었다. 부엌의 상부장을 없애려고 했는데, 인테리어 사장님께서 그렇게 되면 수납할 곳이 없다고 말렸었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왜 말리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분 말이 맞고, 내가 틀렸다. 그저 집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전문가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이사 후 물건을 정리하려고 보니 물건을 넣을 공간이 부족했다. 급한 대로 서랍장, 장롱에 물건을 차곡차곡 넣었지만 그래도 저장 공간이 부족했다. 삼 분의 이의 물건들이 밖에 나와 있었다. 이사한 곳은 구축 아파트여서 수납장뿐 아니라, 드레스룸도 없었다. 옷을 줄였지만, 또 공간이 부족했다. 아쉬운 대로 화장실 앞 화장대를 치우고 선반을 달아 옷을 걸어두었다. 넘쳐나는 물건은 창고로 만든 한 방과 베란다에 넣어 두었다.


몇 해가 지나고, 남편은 작은 틈새에 옷장을 사서 넣자고 했다. 겨울옷이 많아지자 공간이 더 필요해졌다. 제안한 공간의 크기는 코트 다섯 벌 들어갈 만큼 좁았다. ‘틈에 맞는 옷장이 팔까?’라는 의문이었다.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이소에서 가서 봉을 사서 달면 되지 않을까? 옷을 걸기만 하면 되니까 꼭 문이 달린 옷장이 아니어도 되었다. 좁은 옷장은 최소 몇 십만 원 하지만 다이소의 봉은 5,000원이면 해결되었다. 다이소에 가니, 하얀색 커튼 신축 봉이 있었다. 집에 와서 벽과 벽 사이에 끼워 보았다. 흔들리지 않고 튼튼히 고정되었다. 드레스룸 시공업체가 와서 만든 것같이 훌륭했다. 남편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다.


“내가 돈 벌어줬지?” 의기양양했다.

"여보 최고다." 엄지를 추켜올렸다.     



다이소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구)이 있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다이소부터 가보자. 다이소에 없으면 그때, 차선책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      




오늘의 다이소 쇼핑 _ 커튼 신축봉 / 5000원
이전 07화 외계에서 온 이사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