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이 운영유지하는 꼬락서니.
“요즈음은 돈을 쉽게 벌어서 그런지 몰라도 성형수술을 많이 하나 봐. 나이를 속여도 깜박 다 속아 넘어가거든. 아예 처음부터 나이 속이고 생활비 벌려고 나서는 애들이 많다니까. 대학 등록금 벌려고 잠깐 하는 것도 있지만 어차피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도 이만한 자리도 없거든. 그냥 돈이나 벌자는 식으로 죽기 살기로 매달려서 하는 애들이 많아.”
“그렇구나.”
잠깐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생각이 좀 깊어졌다. 나도 학교에 다니면서 할 텐데. 말한 거처럼 나도 생활이 힘들어져서 이곳 일에 나앉게 되면 어찌할까.
“애. 너 이름이 뭐랬지?”
“윤서요. 김 윤서요.”
“그래. 윤서구나. 윤서. 열심히 해보자. 너는 예뻐서 손님들한테 인기 좋을 거 같아. 오늘은 첫날이니, 우리 가게 있어. 업체랑 연결해 주는 거는 내일 해도 늦지 않으니까. 오늘 보수는 내가 잘 쳐줄게. 여기 한동안 손님들이 뜸했는데 너 있다는 거 알면 단골도 생길 거야. 진상만 아니면 좋겠는데.”
“진상요?”
“그래. 진상들이 문제야. 항상. 요즈음 단속이 심해져서 도우미 아가씨조차 못 부르게 하거든. 잠깐 대기실 있는 애들은 빨리 나가라고 하면 그만이고 홀에 들어가 있으면 같이 아는 사람들끼리 와서 노는 거라고 하면 대충은 넘어가는데 술을 가끔 몰래 들고 오는 진상들이 있어. 원래 노래방에서는 술은 못 팔게 되어있거든. 그런데 우리가 판 것도 아닌데 단속들이 와서 술 팔았다고 벌금은 물론이고 삼 개월 영업정지는 기본이야. 그거 맞으면 그동안 뭐 먹고살아? 망하는 거지.”
“아. 원래 도우미들도 안 되는 거예요?”
“그렇지. 미성년자 법이 강화돼서 그런 건지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술은 원래 만 18세 이하는 팔지 못하게 되어있는데 술 가지고 말들이 많지. 거기다가 같이 있는 아가씨까지 어리다 싶으면 유흥업소처럼 일 시켰다는 거로 잡더라고. 그런데 노래방 오는 손님들이 거의 백이면 백 남자 손님들이 대부분인데 도우미 없이 어찌 일하누? 진상들이 문제야. 여기 와서 술을 먹는 것도 그렇고. 술을 먹어도 어쩌면 그리 많이들 처먹고 와서 예쁜 애들만 찾는 것들. 진상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딩동. 딩동. 으드득.
문이 열리면서 벨이 울렸다. 여기는 딸랑이로 안 하고 전자식으로 해놓은 것이 특이했다. 손님이 찾아오고 영업이 시작되려는 걸 알려주는 신호였다.
“어? 이 시간에 웬일이야? 다섯 시도 안 됐는데 문을 너무 일찍 열었나?”
키는 좀 컸지만 왜소한 체격의 남자 두 명이 카운터로 들어섰다. 하나는 파란 점퍼에 야구모자를 썼고 또 한 명은 털목도리를 두르고 긴 버버리 타입의 외투였다.
“저 여기 영업하세요? 저희가 너무 일찍 온 거 아니죠?”
“네. 영업은 하긴 하는데.”
둘은 오후 중간으로 넘어가는 이른 초저녁인데 벌써 얼큰히 취한 모습들이었다. 바로 그들이 오기 전에 말하던 진상들의 한 부류인지 사장은 매우 껄끄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그녀의 측두(側頭)가 치켜 올라가고 그 가운데로 눈가 잔주름이 미세하게 갈라졌다. 털목도리가 나서서 한 시간에 얼마인지를 묻고 힐긋, 내게 눈길을 던졌다. 그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세로로 세워 계산대 언저리를 탁탁 쳤다. 그리고 이내 사장 쪽으로 가까이 몸을 굽히더니 목소리가 작게 속삭였다.
“아가씨 있죠? 아가씨 두 명까지 계산하면 얼마예요?”
사장이 바로 대답할 찰나였다. 사장이 입을 떼려고 하는 순간이었지만 그가 바로 생각난 것처럼 말을 재빠르게 이었다.
“아. 그리고 맥주 곁들여서 다 합쳐서 하면 얼마인지?”
“음. 안 되는데. 저희 가게는 술은 안 돼요. 요즈음 단속이 워낙에 심해서 술은 절대 안 됩니다. 실은 아가씨도 안 되는데 그거야 같이 연인 사이라고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정말 술은 안 돼요. 술 들이면 저희 영업정지 먹어요.”
“너무 설정대로 가는 거 아니에요? 에이. 그러지 말고 좀 융통성 있게 해 봐요. 누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금 시간에 아가씨들 부르기도 너무 이른 시간이에요. 괜히 된다고 했다가 시간만 가고 못 해 드리면 저도 미안하고 그냥 다른 가게로 가세요. 아니면 아가씨 올 때까지 두 시간은 계속 서비스로 넣어 드릴 수는 있는데.”
“하. 그것 참. 요즈음 다들 왜 이러지? 정말 단속들이 심한가 보네.”
“그렇다니까요. 수능이 끝난 때라 더 그래요. 고등학생 애들이 쏟아져 나오니까 그런 거 같아요. 바로 며칠 전에 난데없이 단속이 떠서 요 근처에 노래방들 많이 영업정지 먹었어요. 바로 앞에 울랄라 노래방도 문 닫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린 대로 좀 기다리세요. 그리고 깜박했는데 신분증도 검사해야 하니 꺼내서 좀 보여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