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1

다시 돌아온 윤서이야기 -노래방에서 일하는 윤서

by 이규만


박신양 전도연 약속.jpg

박신양과 전도연이 영화 -약속을 찍은 지가 언제인지 아니? 지혜랑 침대에 같이 누워있을 적이었다. 그녀가 물어봤었다. 둘이서 발가락을 쭈물거리는 위로 그림이 실물로 다가왔다. 박신양이 맨 왼쪽에 있고 가운데는 얼굴 크기의 큰 손 두 개와 그 아래로는 전도연이 눈을 감고 남자가 키스해 주기를 바라는 것같이 모호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전도연 얼굴 아래가 둥그렇게 흠집이 난 것이 보였다. 지혜가 물어보는 영화보다 흠집에 관심이 더 갔다. 아. 그거 말이지. 내 남동생 기범이가 지휘봉을 휘두르다 그렇게 됐어. 장난꾸러기가 말썽 부리다 그렇게 된 거지 뭐. 그래도 나는 저 포토 그래픽을 버릴 수가 없었어. 너무 허전했거든. 다른 것을 사기도 그렇고. 무척 정이 들어서 말이야.

오백 원짜리 동전 크기에 구멍이 가라앉은 너절한 스티로폼이 튀어 뵌다. 무리 없이 지켜보기 힘들게. 마치 바퀴가 그들 뒤로 숨어 들어가 허무와 탄식을 내놓을 것같이 너덜너덜하게. 여느 때와 다른 반감의 향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부질없이 떠도는 환상으로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한 번은 아니지만, 다음 톤의 어눌한 색상은 빌리지 않은 것이 좋은 인상을 주어 그림 속 전도연은 그럭저럭 행복해 보인다.

어두운 톤의 단편을 이야기해 본다. 전혀 다른 참모습을 볼 때도 있고 한자리에 머물며 그 색상에 온 심혈을 기울이다 보면 그 절묘함은 때로 아무것도 진척된 것이 없는 정설을 그리워한다.

박신양, 전도연 포토 그래픽이 걸려있는 침대 아래서 지혜가 자다가 문 열리는 소리에 잠이 깼나 보다.

“이제 왔니?”

그녀는 언제부터 잤는지 늘어져서 기지개를 켜고 연신 하품을 해댔다.

“언제 왔는데 벌써 자고 있어?”

“응. 남자친구랑 하도 돌아다녔더니 너무 피곤해서.”

나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스타킹을 벗어 목욕탕 대야에다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그래 이제 일은 하기로 한 거야?”

“응.”

지혜가 잠이 덜 깬 부스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화장대 거울 반대편으로 보였다. 한창 머리를 풀어 헤치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나를 떠보는 눈치였다.

“언제부터 하는데?”

“내일 저녁부터.”

벌써 두 명의 남자와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낸 것을 말하지 않았다. 길게 늘어져서 말꼬리를 붙들고 있는 것이 아주 싫었다. 무조건 간단하게 대답하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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