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을 뛰쳐나온 윤서 - 기로에 서다.
팔짱을 끼고 스쳐 가던 남녀가 날 봤는지 급히 피하며 너무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가까운 큰 건물 안에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 거울로 보니 아니나 다를까. 눈물 자국으로 아이라인이 얼룩진 형편없는 몰골의 여자 한 명이 심하게 찌그러져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섰다. 동정의 한마디라도 던져주길 바라는 표정이었다. 윤서. 넌 윤서잖아. 어떠한 환경을 주더라도 잘 적응하며 최대한 잘 버티고 있었잖아. 그렇게 약해졌니? 더한 일도 닥쳐올지도 모르는데. 그만 좀 울어. 이 바보야. 그래 넌 윤서라고. 윤서. 이제 시작에 불과할 거야. 힘을 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마음을 다지려고 아이라인도 새로 하고 립스틱도 좀 밝은 새틴 핑크로 바꿔 발랐다. 그리고 긴 머리도 정리해서 머리 끈으로 반듯하게 묶었다. 이만하면 됐어. 이제 누구도 날 조소하면서 쳐다보지 않을 거야.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나가야지. 화장은 이상하게 마음을 새로 다지게 해 주고 기분을 색다르게 바꿔준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여자의 자신감은 화장으로부터 시작된다. 화장품을 파는 전문가의 진언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 말이 지독한 상술로 포장한 광고성 카피 문구라 할지라도.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허기가 져왔다. 많이 운 탓일까. 기력이 많이 쇠진해진 상태였다. 포장마차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가락국수라도 한 그릇 먹을 요량으로 거적을 들치어내고 들어서자, 손수레 주위로 반대편의 거구 몸집의 남자 한 사람이 뭘 그렇게 맛있게 먹어대는지 볼때기가 부어오른 개구리처럼 입을 크게 오물거리는 모습이 시야에 먼저 들어왔다. 그 옆으로는 여자 둘이서 술 한잔 걸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에 제법 심각한 표정들이었다. 한 여자는 나처럼 이십 대 초반쯤 보이고 다른 여자는 중년을 넘긴 나이가 많이 들어 보였다. 둘 다 화장을 진하게 한 것이 보통 여자들하고는 다르게 보였다.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같이 일에 대해 서로의 고충들을 풀고자 한잔하러 온 것이겠지. 아니면 나처럼 노래방 일을 하는 여자들일까. 유독 그들에게 눈이 갔다. 내가 여기에 들어온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그들을 바라봤다. 노래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니. 하는 일에 관련한 것만 생각하게 된다더니. 내가 꼭 그거였다. 시선이 그렇게 바뀌었다. 카페 주인은 커피전문점만 보이고 의사는 병원만 보이고 버스 운전기사는 자동차만 보이듯이.
“뭐 드릴까요?”
전형적인 아줌마 파마를 하고 앞치마를 두른 주인이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
“가락국수 한 그릇만 주세요. 배가 고파서 들어왔어요.”
“술은 안 하시고? 오늘 오도독뼈가 기가 막히게 맛있는데.”
잠시 머뭇거렸다. 술은 먹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마시기에는 궁상맞은 거 같아서. 영화관도 혼자 가면 처량해 보여서 절대 가지 않는 내게 홀로 술이라니.
“아니에요. 괜찮아요. 술은 나중에 들리게 되면 그때 먹을게요.”
“네. 그럼.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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