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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만 Jul 25. 2023

2009년 4월 -쓰레기공장에서 일하는 동안에

 단국대를 바라봤다. 


집을 나설 때 꼭 학교 가는 기분이었다. 그곳의 일과는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시작이다. 집에서 단국대학교까지 도보로 이십 분이 걸린다. 집에서 6시 50분 정도에 나와, 아파트 숲을 가르는 크고 웅장한 고가도로 밑을 두어 번 지나면 바로 학교이다. 이른 시각이라 학생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교에 다녀보지 못해 제대로 된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도 시험을 통과하여 다니고 싶다.


학우랑 어울려 교정을 거닌다. 저녁때 얼치기 현학자로 변모하여 술자리에서 열변을 토하고, 헤르만 허세니, 괴테니 떠들어 댄다. 느닷없이, 무라카미로 갔다가, 샐린저로 가고……. 아침에 숙취에 괴로워하다 어이없어한다. 왜 그랬지. 술을 같이 마신 이들과 어떻게 얼굴을 대면을 할까. 고민 아닌 고민하며 심각한 자성(自省)을 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런 행복한 상상이 현실과 맞닥뜨리기가 무섭게 바로 길옆으로 자동차가 지나가고 빵빵대는 경적으로 아스라하게 멀어진다. 대학 생활이 쉬울 거 같은가? 낭만도 있을 테지만 대학 4년.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언제나 대학생일 수만은 없지 않은가. 4년 이후의 향후 진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과정이다. 인생의 과정. 번듯하게, 대학 생활을 고급과정을 마치고, 사회라는 큰 바다로 헤엄치기 위한 마지막 연습이다.



작업장에 도착하면, 65세 고 씨 할아버지와 김 부장, 서울의 고려대학교에서 일하다, 이곳 죽전 단국대로 발령이 난지, 며칠 안 된 서 부장이 벌써 일을 하고 있다. 집이 다 서울 쪽이라, 김 부장과 고 씨는 아예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면서 지낸다. 서 부장도 집이 서울 쪽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나보다 훨씬 빨리 나와 일하고 있다. 일은 단국대 기숙사나 식당에서 그밖에 학교 건물에서 나오는 전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이다. 쓰레기는 종류별로 철 캔, 알루미늄 캔, 우유 껍질, 잡병, 페트병, 신문, 상자 종이, 옷, 소주병, 등등, -골라내고, 나머지 집 쓰레기들은 컨베이어를 타고 큰 쓰레기차로 들어간다.


첫날 일을 하고 왔을 때 온몸이 근지러워 목욕을 오랫동안 했다. 괜히 찝찝했다. 이 일을 내가 얼마나 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김 부장은 일하는 중간마다 쉬는 시간에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기가 최악인 현재 상황에 일거리는 넘쳐난다. 새로 분리수거장을 개척할 수 있는 팀장급으로 키워주겠다.


하지만 그런 걸 바라고 이곳에 발을 디딘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도 많은 사람이 지나갔다. 이틀 하다, 관두는 사람, 하루하고 안 나오는 사람이 있었지. 숱하게 사람을 겪은 김 부장이 내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거 같았다. 실지로 더럽고 힘든 일이다. 일이 단순하고 전에 했던 일과는 전혀 맞지 않은 낯섦이 교차한다.

분리수거를 하다 보면, 잡다한 것이 섞여 있는 거는 이해를 한다. 어차피 잡다한 것이 섞여서 쓰레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이러한 직업이 생긴 거니 말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가장 우울하다. 대부분 기숙사에서 나오는 쓰레기양이 제일 많다. 술을 먹고, 소주병 하며, 안주로 먹은 족발이라든지, 먹다 남긴 닭고기, 라면, 피자, 콜라,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면 술을 먹고 뱉어놓은 안주의 토사물 같다. 그걸 치우다 보면, 음식물이 그새 썩어 들어갔는지 냄새가 격하다. 면접을 볼 때 김 부장이 우려를 했던 부분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는 경우다. 기숙사에서 배달시켜 먹은 음식물이라 제제도 없고 누구도 그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가 아무도 없어 더욱 그러하다.

 엄청난 양의 교육 자료를 소화하고 연구하고, 방대한 지식을 나누고, 최고의 기품 있는 교양을 갖추고, 양질의 고급 교육을 강조하는 대학 생활의 기본이 결국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한탄했다. 그러다 보면 단국대학교만 싸잡아서 격하시키는 것뿐이 안 된다.

 그가(김 부장) 말해줬다. 단국대만 그러는 것이 아니고,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이나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 여기 용역을 담당한 회사가 또 다른 용역업체와 입찰 경쟁을 치열하게 치른다. 분리수거는 어느 대학이고 용역을 담당하는 업체가 따로 있다.

 일반 쓰레기랑 음식물 쓰레기를 같이 버려진 것을 보니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가기에 아직 먼 것 같다.

 독일은 유치원 때부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분리수거의 교육을 철저하게 한다. 과자를 먹고 버려야 할 포장지 안쪽 종이상자의 은박지도 따로 벗겨내어 따로 분리수거를 시킨다.

한데 우리는 그걸 보고,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그런 교육을 왜 해야 하는지 이유조차 깨닫지를 못한다. 무심코 지나칠 뿐이다.

이야기가 약간 다른 곳으로 비켜 나간 듯하다. 나의 취업 인터뷰 뒤에 내가 하는 일이 계속 진행 중인지 궁금해, 할 독자를 위해서 이 글을 쓴다.

내가 일하는 중간에 가장 즐거운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먹는 거야 다 똑같지만, 그것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교내 식당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학생들의 시선을 고루 맞추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나도 다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쳐 오른다.


밥을 다 먹고 식판을 반납하러 갈 때 그들의 고민, 생각들이 가만가만 스쳐 지나간다. 소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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