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의 구질한 변, 4장 달걀껍데기의 시작- 동생 종찬의 사고
어떻게든 일말의 거취를 마련해 보려는 그가 애처로웠다. 이렇게 된 이상 생각을 정리하기로 맘먹었다. 그가 내게 베풀어준 호의는 지금까지 고마웠지만 거기까지였다. 내 위치에서 이런 관계를 나도 더 이상 지속 시키고 싶지 않았다.
의도적 아니었나. 맨 처음 내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한 것도 그였고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나를 그의 집에 데려갔던 것도 그였다. 치밀하게 계획된 바가 없었더라도 들켜 버린 후였다. 성복의 말에 의하면 미라의 말은 거짓이고 자신 말이 참이었다. 미라의 말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날 속이려 하는 거짓이었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퍼즐게임에 날 끌어들인 것도 성복이 의도한 바가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성복은 유리하게 고지를 점령하고 자기 세계에 유일무이하게 나를 불러들일 작정이었나.
지난번 그의 아파트에서 겪은 모욕적인 일이 되살아났다. 벌거숭이 채로 서로 맞닥뜨린 상태를 삼자에게 의도치 않게 내보였다. 부끄러운 상태를 넘어 낯짝조차 들 수 없을 정도로 얼굴 보기가 민망할 정도인데 그가 미라 때문에 왔다? 이건 대체 뭔가. 사과를 몇 번 해도 시원찮을 판에 미라 때문이라니. 그것도 시간이 좀 지났으면 모를까. 그래도 그는 오해는 풀어야 한다는 의도였나. 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학교까지 찾아왔던 그의 모습까지만 기억하고 카페에서 만난 그를 빼고 지우고 싶었다.
오해랄 것까지도 없었다. 아니면 그만이지. 자신의 이미지가 그렇게도 중요하단 말인가.
그에 대한 미련 따위는 버리기로 했다. 일하다가 싫어지면 바로 그만두는 것과도 같이. 전처럼 예민하게 굴었다면 그에게는 굉장히 미안한 말이지만 성복과 나는 노래방 손님과 아르바이트생이었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없는 모진 인연의 타래로 밖에 각인되지 않았다. 인연은 한때 굉장히 몰지각한 부분이 있고 때로는 잔혹했다. 성복은 그때 지나가는 손님이었다. 그랬다.
부질없는 얘기였다. 나는 곧 다른 학생처럼 매번 대학에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로 노래만 부르는 여자도 아니었다. 그냥 단지 떨떠름한 윤서일 따름이었다. 윤서. 김 윤서. 내 마음은 둥둥 떠다니면서 엄마가 만들어 준 등록금에 감격하고 고마워 눈물만 흘리는 철딱서니 없는 여자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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