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달걀껍데기. -3

합의금 오천만 원을 어디서 구하지?

by 이규만

경찰이 왔다 가고 폭력 사건이 개입이 된 입원은 의료보험 혜택도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태라서 병원비까지 별도로 청구할 수 없으니 그것까지 같이 계산하여 부른 돈이 팔천만 원이었다. 너무 터무니없었다. 엄마가 빌고 또 빌고 하여 오천만 원으로 낮춘 거랬다. 또한 거기다 현물 거래하는 과정에 사기를 쳤다, 부분이 당사자가 인정하는 투였다. 그걸 좀 크게 두각 시키니 약간은 누그러진 상태였나 보다. 맨 처음부터 돈이 준비된 것도 아니었고 그냥 거저 가지려고 벼르고 있다, 종찬이가 낚시처럼 걸려든 탓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상도 아니고 바로 앞에서 둘이서 맞교환 식으로 해서 만나서 했다던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종찬이가 당했는지 이해가 안 됐다. 아이템을 뺏기고 시간이 지나 기어코 찾아낸 종찬이도 대단했다.

댁의 아들이 원인제공을 하지 않았으면 이런 사고도 안 터졌을 거예요. 엄마의 말이 그들 부부에게는 수긍이 가게 했나. 주먹을 휘두르고 먼저 때린 사람이 백번이라도 잘못했으니 합의는 하겠지만 돈 액수가 너무 큽니다. 엄마는 내내 그들에게 하소연하듯 매달렸다, 한다. 돈이 당장 없으니 액수 좀 낮춰 주세요. 간곡하게 부탁드릴게요.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제 아들놈이 죽일 놈입니다.

뭔 놈의 ‘디아블로’인지 디아글로인지 게임에 빠져서. 젠장. 그게 오백만 원이나 돼? 이봐. 처자. 나도 아들놈이 한심하지만, 동생한테도 잘 일러둬. 오백만 원짜리 게임 만들 시간에 장학금을 오백만 원을 탈 생각으로 공부를 그렇게 좀 하라고 해. 공부는 매번 뒷전으로 밀어 두고 미친놈같이 게임만 매달리지 말라고 말이야. 그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이야? 거의 쓰레기지. 그렇지 않냐고? 두 놈 다 똑같은 놈들이지. 어이구, 병신 같은 새끼! 어떻게 그 모양 그 꼴이람. 내 아들놈도 잘한 거는 없지만 그쪽 동생도 사람을 저 지경으로 패 놓고 할 말 있어? 들어보니까 뭐? 게임을 하는 이유가 누나 등록금 대려고 한 거라고? 게임을 하면 돈이 생겨? 지랄하고 나자빠졌네.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진짜로 뼈가 나갔나. 온몸이 깁스 상태였다. 머리는 붕대를 팽팽 감아 한쪽 눈이 가리어진 채였다. 그렇게 누워있는 당사자가 다른 한쪽 눈으로 껌벅껌벅하면서 날 바라봤다. 걱정스럽고 힘든 거는 마찬가지였다. 서서 쳐다보는 쪽이나 누워서 바라보는 쪽이나. 오죽했겠니. 사기를 치려면 제대로 치지 그랬니. 뒤에서 봐주는 사람도 없으면서. 아니면 흔적도 없이 잽싸게 내빼든가. 하필이면 종찬이한테 걸려서는 그렇게 얻어터지고 맞으니까 좋던?

그제야 종찬이 하는 게임 정체를 처음 들었고 흥정하려는 아이템의 가격대가 얼마인지 알았다. 그 돈에다 이백만 원만 보태면 한 학기 등록금이었다. 정말 종찬이가 그 돈이 생기면 내 등록금이라고 내놓을지 의아했다. 내가 아니면 엄마가 그 돈의 출처를 물을 터인데 그게 게임을 하는 종찬이 머릿속에서 고작 생각해 낸 컴퓨터게임의 정당성과 합리화인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이 모자랄까. 그렇게 말하자면 나조차도 엄마 앞에서나 종찬이 앞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걸 떳떳하게 내세울 처지는 아니었다. 가족들 앞에서 그걸 이야기할 수 있는 핑계조차 없었다. 행여나 화려하게 치장한 그런 몰골로 노래방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마주친다면 대꾸해야 할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그나마 녀석은 게임을 하면서 나름 즐겼을 것이고 그에 상응한 당당한 허울을 찾은 셈이었다. 누나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라는 표제가 모르는 이가 들으면 꽤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말이었다. 더군다나 요즈음같이 전문 게이머들이 프로로 전향해서 돈을 버는 상태에서는 더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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