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으로 빚어진 사건은 모든 상황이 불리하다.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
폭행 사건으로 인한 피의자 신분으로 신상을 써넣어야 한다. 나는 어눌해졌다. 가해자로 경찰서에 내 이력이 남는 건가. 내 신상에도 빨간 줄이 가는 건가. 그 옆에 슬쩍 피해자 신상을 슬쩍 엿봤다. 나는 그제야 남자 이름을 알 수가 있었다. 나이는 39세 ‘호 지문’ 이름도 특이하네. 호씨 성도 있구나. 지금 그의 성씨가 문제야. 당장 그를 만나야 한다. 어떻게 하든 선처를 호소할 수밖에.
병실에 들어섰다. 멀쩡하다면서 무슨 수액주사를 맞고 있어. 젠장. 저게 돈이 얼만데. 그걸 네가 내지는 않겠지.
“내가 에스컬레이터에 굴렀을 때는 바지에 오줌까지 질렸다니까. 바지가 다 젖었어. 팬티랑.”
그에게 묻고 싶었다. 나를 일부러 의도적으로 에스컬레이터로 끌고 간 것이 아니냐고.
그는 당당히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거기다가 의사는 계속 그를 부추겼다.
“외상은 없지만, 속이 어떻게 됐는지 모른대. 의사가 계속 엠아르아이 촬영을 해 보래. 검사를 더 받아 봐야겠어.”
내가 물어야 할 병원비용이 걱정이었다. 원무과에서 간호사가 한술 더 떴다.
“폭력 사건으로 입원하신 거라 의료보험 혜택은 당연히 없으시고요.”
그는 한층 더 여유롭고 느긋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침대에서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급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일이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나는 그가 환자복을 벗고 병원에서 나가기를 학수고대했다.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자꾸 에스컬레이터에서 구를 때의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었다면 가속도가 붙어 수초 사이에 빠르게 굴렀을 텐데. 그는 구르는 것이 어설펐다. 서서히 도는 모습이 마치 속도를 그가 제어하는 모습이었다. 구르는 것을 멈출 수가 있었지만, 일부러 보라는 식으로 한 바퀴를 돌고 또 돌고 하다, 급기야 계단 끝까지 도달한 것이고. 영화의 기법같이 카메라 동선이 여기저기 다른 시선으로 천천히 붙고 흩어지는 중이었다. 보여 주기 위한 쇼라고. 그렇지? 오줌을 바지에 싼 것조차 연극이겠지. 자고 일어났으니까 오줌이야 방광에 꽉 찬 상태이고. 돌이켜 봤자 답답해지는 것은 나였지, 그가 아니었다. 그 이후에 구급차를 부른 것도 나고, 경찰을 부른 것도 나인데 그의 진심이며 의중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뒤집을 판세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것은 나였다. 그는 병원에서 하자는 대로 몸을 맡기면 그만이었다.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던지고 맡겼듯이.
“폭력은 절대 불가야. 미국 사람으로 치면 총을 쏜 거나 다름없다고. 그 사람들 특징이 그래. 말이 별로 없다, 욱하는 성질에 갑자기 총을 들이대다가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오르면 상대방에게 방아쇠를 당기지. 우리나라 사람이랑 비교하면 주먹과 총은 다를 게 없다니까. 호신 이외에는 주먹은 휘둘러서는 안 되는 거야.”
김 부장은 대체로 점잖게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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