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달걀껍데기. -7

돈빌리는데 갑자기 왜 성복이 떠올랐을까.

by 이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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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돈을 구할 때가 없었다. 합의금 삼천만 원을 갑자기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학자금대출도 물 건너간 상태에서. 하늘에서 돈벼락이라도 맞으면 얼마나 좋을까. 로또라도 당첨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노래방에서 남자들과 어울리다 자잘하게 받은 푼돈을 모으는 거와는 차원이 달랐다. 빌리는 것이 가장 좋은데 아는 사람일수록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더 힘들고 비참하다.

가끔 업소에서 사채도 오가는 것을 몇 번 보기도 같은데. 거기서 한번 돈을 빌려볼까.

노래방에 안 나간 지도 꽤 됐다. 단지 일을 소개해 주고 소개비만을 우려먹는 업소라서 그런지 내가 출근하든, 안 하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중간에 손님과 있을 때 뛰쳐나왔을 때는 업소랑 손님이랑 얽혀 자기네들한테 피해라도 갈까 전전긍긍하며 부리나케 연락을 취해왔던 것이고 그 외에 시간만 잘 보내주면 만사형통이었다. 기업의 형태였다면 말도 없이 일을 빠지는 날은 단체규약으로써 이에 속하는 규범이 따라다니면서 어느 정도는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몰아붙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업소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었다. 나가는 날이 일하는 날이고 나가지 않으면 그냥 쉬는 것이다.

새벽까지 잠이 오질 않았다. 지금 엄마는 어떻게 하고 지낼까. 시무룩하고 쳐져 있을 거란 생각이 앞섰다. 엄마가 혼자 있을 집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엄마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같이 고민하면 더 낫지 않을까. 적적하게 혼자 엄마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을 테지. 세상의 근심이란 근심은 다 싸안은 엄마의 얼굴이 떠올려졌다. 오랜만에 집에서 엄마를 안고 자고 싶었다.

반지하 칸의 월세방에 도착해 보니 새벽 세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 불이 켜졌다. 밖에서도 훤히 다 보일 만큼 환하게 불이 밝혀졌다. 종찬 녀석. 속을 엔간히 끓여야지. 엄마는 잠을 못 이루고 깬 걸 거다. 두꺼운 외투에 한창 외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어디를 가려는 걸까. 본의 아니게 엄마를 옆에서 지켜보는 감시자가 되었다. 서둘러 밖으로 나오는 엄마를 아는 체를 안 하고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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