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데커레이션 -7

내로남불, 여자신입의 등장과 일에 대한 갈등. 확 그만 둬 버릴까.

by 이규만

무단결근 당사자들을 불러 추궁하는 과정은 부서 사람들에게 민망함의 극치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이 연인 공식화를 밝히는 선포식이었다. 나는 그때 바로 재석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표정은 시시각각 어둡게 변하였다. 부서 내에서 다들 알고 있었던 일이었는데 몰랐던 걸까. 눈치가 빠르지 못해 둔했던 걸까. 김 계장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바람에 그제야 감을 잡은 건가. 재석의 표정은 수십 가지로 얽혀서 여러 가지로 복잡해 보였다.

어쨌거나 남이 하면 무조건 스캔들이었다. 합당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는 말들은 많았다. 연루된 그들은 마녀사냥으로 몰렸다. 어떻든 간에 미애나 주철이가 사귀거나 해서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순전히 개인사였다. 일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한데 지각이나 무단결근을 거기다 결부시켜 말한 김관호 계장이 문제였다. 똑같이 같은 날에 안 나오면 바로 유추해 냈다. 휴무 계획서 가져와 봐. 애네. 왜 둘이 같이 쉬냐. 단순했다. 단순했지만 묘하게 그게 맞아떨어져서 김관호 계장은 호기가 기세등등했다. 휴무 날짜가 같으면 사내에서 남녀는 아는 체는 물론이거니와 연애는 상상도 못 한다. 제일 먼저 그걸 꼬집어서 김 계장은 큰 소리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비웃음 치며 콧방귀를 뀌고 그는 웃었다. 모든 걸 다 아는 거처럼. 어른답게 모른 척하는 아량이 그에게는 없었다. 그걸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라 들춰내서 웃음거리로 만들어 한참을 즐겼다. 당사자들이 곤란에 처한 것은 당연한 거고 그를 결코 좋게 볼 리가 없었다. 둘이 사귀냐. 까발린 김 계장은 한편으로 자신이 그러한 것을 파헤쳐서 대단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자부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못하는 것을 본인은 했다는 걸 은근히 과시한 거처럼. 제일 부서에서 새롭게 일궈 놓은 또 다른 성과물이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들은 일하러 나오지 않았다. 때려치우고 만다. 이놈의 공장. 쉬는 것도 맘대로 못 쉬게 하고. 주철이 그러고 나가더라고. 생크림에서 있던 영은이 아이싱을 하며 김 계장이 꽃 짜는 쪽으로 말소리가 갔나 싶어 조심스레 눈치를 살폈다. 속내 사정은 제대로 파악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계속 루머만 작업장에서 한창 돌았다. 사랑은 정작 당사자에겐 낭만적이고 이 세상 전부가 되어도 멀찍이서 지켜보는 이들은 아니었다. 애. 유치하다. 그만해라. 사랑이 밥 먹여주나. 연애가 빵 먹여주냐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참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이후로 재석은 마음고생이 심해 보였다. 미애가 일을 그만두고 나가 버렸으니 말조차 제대로 건네 보지도 못한 경우가 됐다. 재석은 봉채와 같은 연배에 있는 그만한 또래였다. 물론 그가 내 밑으로 온 신입사원임은 분명하였으나 그를 길들이고 가르치는 조련사 역할에서 미흡하고 어수룩했다. 일보다는 앞으로의 갈 길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의 갈 길은 이미 정해졌다.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는 것보다 자동차 정비 기능공이 맘에 들어요. 잠시 P크루아상을 들른 거예요. 스쳐 가는 중이에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재료를 실은 수레를 한쪽에 놓고 잠시 쉬는 동안 한편으로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너 괜찮니?"

“뭐가요?"

“아니다.”

“말 꺼내놓고 실없게. 미애 누나 이야기하시려고 한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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