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피시방에서 생긴 일 -5

마지막이 반전은 맞는건가? 호지문이 사기친 것은 맞는 거야?

by 이규만

이렇게 순순히 물러설 그가 아닌데. 법을 잘 안다는 그가 일을 크게 벌여 와 나의 뒤통수를 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밥도 잘 못 먹은 거 같다. 삐쩍 말라가는 것 같았다.

예정대로 우리 집은 경기도 광주시로 이사를 했다. 다니던 대형마트 일도 집이 너무 멀어 출퇴근 때문에 그만두었다. 그동안 놀 수 없어 광주 시내에 있는 소개소에서 하루하루 다르게 소개해 주는 건설 노동 현장에서 잡부로 일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버지가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히 나를 불렀다. 그놈한테 집으로 연락이 왔어. 순간 경직이 대더니 머리에 핏기가 올랐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두 번 전화가 왔어. 집 주소 다 안다는 거야. 금방 추적할 수 있다. 광주까지 찾아가겠다. 올 테면 와라. 사생활 침해를 나는 말했지. 전화번호를 어떻게 안 거야. 병원에서 알려주던? 말꼬리를 늘어뜨리면서 끊었어. 두 번째 전화 왔을 때는 협박이던데. 나한테 욕까지 했어. 개자식. 이건 말로 할 게 못 되는구나 싶어 수화기를 내려놓았지. 벨 소리가 또 울렸을 때는 전화선을 뽑았어.

아버지는 다음날 전화국에 신청을 냈다. 번호를 바꿔야지. 당분간은 일도 안 나가는 것이 좋겠다.

어떻게 알아냈을까. 합의서도 그 앞에서 찢어 버렸는데. 경찰이 알려줄 리는 없을 테고. 병원에서 내 신상을 적어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그가 본 걸까. 피의자 신상은 피해자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몰래 그가 간호사가 없는 사이에 훔쳐본 걸까. 정말 그가 찾아와 괴롭힐까. 나와 맞붙어서 싸워 본 그가 힘으로는 안 되는 것은 뻔히 알고 있을 테고. 다른 어떤 것을 그가 동원할지 그건 모르는 일이었다. 쉽게 포기는 할 리가 없었기에 집 전화번호까지 알아냈겠지. 그의 고모부한테 연락해 볼까. 아버지한테 전화에 대고 욕까지 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이럴 줄 알았으면 공탁이라도 걸어둘 걸 그랬나.

날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가위에 눌려 잠을 깨어나기에 십상이었다. 어떤 하루는 마루에 있는 재깍 시계의 초침 소리에 신경이 온통 곤두서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일 정도였다. 무섭도록 밀려드는 공허를 도저히 감당할 도리가 없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하나하나 시계 초침이 딸깍 돌아가는 소리에 맞춰 숫자를 세며 겨우 잠을 촉발하는 수뿐이 없었다. 그러다 잠이 든 것 같았다. 내가 숫자를 어디까지 세었더라. 기억을 천천히 더듬었다.

갔다 올게. 호 지문이 입원했던 병원 좀 둘러볼게. 아직도 그놈이 있는지. 어머니는 아버지를 말렸다. 극구 만류했다. 그런 인간 같지 않은 놈한테 뭐 하러 가요. 대면을 말아야지.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 없어. 사정을 알아야 뭔가 대비라도 할 수 있지. 아버지는 분당으로 들어가는 버스에 올랐다. 만감이 교차했지만 나는 아버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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