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 따위가 밀려 들어온다. 내가 이러려고 공장에 들어왔나?
주눅이 들었다. 의기소침하여 그 일이 자주 떠올랐다. 사람 대하는 것이 불안해지고 자신감을 잃어 갔다. 잊으려고 애도 써 보았다. 그렇게 애쓰다 보면 잠 깐 뿐이었다. 실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자취를 감추어지지 않았다. 연상의 가지는 계속 꼬리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일 중에 즐겁고 행복할 때는 별로 없고 실수하거나 창피당한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돌이켜 보니 속된 나만의 불만을 동료들에게 터뜨렸다. 당한 여자들은 얼마간 힘들어하다 어쩔 줄을 몰라 눈물을 흘렸다. 나의 분노는 끓어 넘쳐 어디다 표출할 줄 몰라 여자들에게 파편이 튀었다. 왜 그랬을까.
여러 개의 케이크를 나르다 실수로 모두 떨어뜨려 망가졌다면 차라리 그게 좋았을 것 같았다. 어리숙하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곁 동료들의 기분은 상하게는 하지 않았을 거란 추측이었다. 배합실에서 거대한 달걀 탑을 수레로 끌다가 넘어뜨려 부서에 막대한 손실을 해보는 일이었다면 오히려 그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하다 배합실을 스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신입도 아니고 일을 웬만큼 했다는 선참 직원이 그 큰 팔레트에 실은 달걀 수레를 모두 다 엎고 너무나 어이없어 벙한 그 표정이 생각나서였다. 그렇지만 사람들과의 융화를 못 이루고 갈등을 빚어내는 것도 알고 보면 달걀 수레를 엎은 것과 매한가지였다. 어쩌면 더한 일일 수도 있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표정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일 능률을 떨어뜨리는지 알아야만 했었다. 옆에서 그런 실수들이 전가되는 중이었다.
나는 어떻든 간에 전 녹중 계장에게 부서에서 주의할 인물로 낙인찍혔다. 그래도 필시 상사나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은 욕망은 누구 못지않게 강했었지만 이미 도를 넘어선 상태였다.
누군가를 대할 때 여자든 남자이든 간에 그 사람이 나를 불리하게 만든다면 언제든지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고 승복을 얻어내지 못하면 끝까지 버텼다. 남달리 싸움꾼으로 유별났었던 것은 분명 아니었다. 만족하지 못한 생활의 불만들이 마음 맨 밑바닥에서부터 들끓어 넘쳤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갈수록 화만 냈다. 일할 때 아무 때고 툭툭 불거져 나오는 화는 심하게 가슴은 오열시켰다. 진정시킬 수 없었을 때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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