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래도 토스트 -2

90년대 빵공장의 노동현실과 봉채의 어눌한 모습, 그리고 용준의 폭력

by 이규만

개의치 말고 편하게 먹으라니까. 전녹중 계장이 돈을 내는 것이다. 배고프겠다. 돈은 본인이 낸 거면서 계속 전 계장이 낸 거라고 극구 강조했다. 공단 내에 중화요리 집으로 데려가 자장면을 한 그릇 사주고 금방 돌아갔다. 예전 그에게서 느껴 보지 못했던 따뜻한 배려였다. 언제나 화를 내는 말투에 표정이었던 사람에게서 받는 배려는 첫 번째는 놀라움이고, 두 번째는 감격이었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인정받지 못했던 한 사람에게서 인정받았다는 뿌듯함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그가 하는 말들은 사무적인 말들밖에는 없었고 그 말들조차도 딱딱하게 경색했었다. 그도 내게 맞추려고 애를 쓰다니.

일은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다음 날. 봉채가 출근하자마자 복도로 불려 나갔다. 김관호 계장이 부른 거였다. 아마도 어제의 무단결근을 묻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봉채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돋보기 같은 알이 두꺼운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며 나가더니 한참을 있다 들어왔다. 중간에 눈치를 살펴 조금 비는 시간을 이용해 담배를 태웠다. 복도에서 봉채가 그렇게 꾸중을 듣고 있으니 피우던 담배도 마음 놓고 못 피고 갑갑했다. 그걸로 끝나는가 싶었는데, 봉채가 작업장에 모습을 보이자마자 이제윤 반장이 그를 불러 역시 복도로 데리고 나갔다. 그걸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그는 김종필 기사한테로 불려 갔다. 아무래도 김 기사는 자신의 직급 때문에 그런지 전 계장 눈치를 살폈다. 전녹중 계장은 묵묵히 아이싱만 하면서 봉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 말이 봉채를 더 힘들게 할까 봐 자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시기를 조절한 모습이었다. 나서봤자 같은 잔소리밖에 더하겠어.

봉채는 완전히 수세에 몰린 쥐 꼴이었다. 김종필 기사는 고개만 수그리고 있는 그에게 슬쩍 말을 내뱉었다. 이미 김관호 계장님이나 이제윤 반장님이 한 마디씩 해서 길게는 하지 않는다. 한 가지만 기억해. 어제 승동이가 혼자 재료 타러 갔었어. 인마. 알아? 그러면 어제가 얼마나 힘들었던 상황이었다는 걸 알겠지? 가봐.

오전 내내 그러고 있다가 보니까 어느새 재료를 타러 갈 시각이었다. 내가 전표를 들고 사무실에 올라가 결재도장을 받아온 사이 봉채는 벌써 자재과에 가고 없었다. 자재과에 가보니 벌써 재료를 수레에 몇 개씩 실어놓은 것들이 눈에 보였다. 같이 보조를 맞추려고 그에게 전표를 건네자 그가 씩 웃었다.

“어제 많이 힘들었어요?”

“응. 조금.”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랬어요.”

“그래…. 어제는 정말……, 그만두자. 아침에 오자마자 꾸중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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