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케이크 부서와 다른 생크림 부서의 미묘한 분위기,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았던 나는 용준이 너무도 당당하게 떳떳하게 작업장을 나가는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묘했다. 작업장은 이내 후다닥 정리되고 제자리를 찾아갔다.
사건은 그렇게 종결이 됐지만,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내막 자체에 모호한 것이 한참 떠나질 않았다. 바로 옆에 있지를 않아 사건의 경위는 잘 파악할 수가 없었다. 어떠한 말을 용준이 들었기에 화를 내다 못해 끝끝내 애숙에게 격노하면서 심하게는 손찌검까지 가했을까. 한때는 좋아했으며 추종자이며 그녀에게 예속되길 바랐던 그였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반전이었다. 그녀가 어떠한 말을 그에게 했기에 그러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아마 그 진위는 출근해서 작업장에 도착하면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게 될 것이지만 아침까지 기다리기도 힘들었다.
자판기 커피를 빼려고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애숙은 심각하게 태근이와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보자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 기숙사로 통하는 계단으로 얼른 피해 달아나 버렸다. 병원을 다녀온 모양이었다. 그녀가 스쳐 간 자리에 파스 냄새가 진동하며 지나갔다.
“몸은 어쩠대?”
“뼈도 멀쩡하고, 살이 까져서 피가 난데도 없데. 다만 멍이 심하게 들어서 며칠 치료는 받아야 한다나 봐.”
태근이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입으로 쯧쯧 거렸다.
“안 됐어. 나는 애숙이 누날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번 일은 조금은 심했던 부분들이 있었어. 그러한 점을 들추기로 하자면 용준이 형은 더욱 잘못한 것이지만…. 그래도 애숙이 누나도 여자인데 용준이 형이 접근했을 때, 관심이 없었겠어? 용준이 형은 책을 평소에도 무척 소중하게 다루고 중요하게 여겼는데 하루는 형이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을 애숙이 누나가 본 모양이야. 제목은 모르겠는데 하여튼 누나가 책을 빌려달라고 하자 흔쾌히 빌려주었나 봐. 여러 날이 지나도 돌려주지 않으니까 용준이 형이 은근히 부아가 치민 거지. 그래도 좋아하는 여자인데 처음부터 따져 몰았겠어? 왜 돌려주자 주지 않나, 부드럽게 대했지. 그런데 애숙이 누나가 한 말이 용준이 형한테는 치명타였나 봐. 나도 이번에 깜짝 놀랐다니까. 그게 그렇게 심한 말은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야.”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