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페르시아의 제국. -3 리즈시절 정이

정이의 남자친구 이야기와 또 다른 액자소설 -리즈시절 정이

by 이규만

“내가 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특전사로 제대했대. 나는 그가 특전사 출신이라고 밝힌 이유가 궁금했어. 거기 출신이니 그만큼 고생했다는 걸 알아달라는 건가. 다른 남자같이 허세를 부릴 줄 알았거든. 그 남자 전에 해병대 출신 남자애한테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심하면 심했지, 못하지는 않을 거라 예상하고 바짝 긴장했지. 그런데 웬걸. 기우였어. 말도 재밌게 잘하고 예의도 좋고 여자 위주로 잘 맞춰 주는 친구더라고. 한마디로 여자가 뭘 원하는지 잘 아는 친구였어.

특전사 나왔다고 하니 훈련받을 때 가장 기억에 남고 힘들 때가 언제인가 물어봤어. 대뜸 그러더라고. 처음 비행했을 때라고. 낙하산을 매고 비행기가 떴을 때는 그 엄청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대. 뛰어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오만 잡생각이 다 난다는 거야.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을 때 낙하산이 펴지지 않으면 그대로 땅바닥에 맨몸으로 맞아야 하는 거잖아. 피가 낭자하게 퍼지고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은 자신의 몰골을 상상하니까 끔찍하더란 거야. 식은땀이 흘러내려도 두꺼운 훈련복이 갑갑하지 않고 추울 정도로 긴장감이 어마어마하더래. 지상에서 줄을 타고 뛰어내리는 막타워 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라는 거야. 이제 죽으러 가는구나. 세상이 끝나는구나. 그러다가 비행기에서 막상 뛰어내리니까 바로 낙하산이 펴지더래. 낙하산 아래로 펼쳐진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대.

네 몸이니까 잘 알아서 챙겨. 방법을 제대로 숙지 못하면 알아서 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낙하산이 제대로 된 것인지 확인도 안 하고 그대로 뛰어내리면 맨몸으로 부딪치는 거라고. 콘돔 유통기한도 잘 확인하고. 간혹 새는 것이 있단 말이야. 그리고 좀 전에도 말했듯이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사용 방법이 올바르지 않으면 너는 그대로 맨땅을 맞이해야 해. 콘돔의 가장 중요한 기본은 진공상태로 남자의 성기에 끼우는 거야. 보여? 콘돔에 볼록 튀어나온 부분 말이야. 여기에 공기가 들어간 채로 끼우면 말짱히 도루묵이야.”

말대로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옆에서 언니가 심각하게 쳐다봤다. 콘돔 앞 꼭지를 비틀어 공기를 빼고 서서히 오이 끝에 덮어 말려있던 콘돔을 쭉쭉 내렸다. 언니는 내가 끼운 콘돔 앞쪽을 자세하게 살펴보더니 공기가 들어가 불룩해진 부분을 가리켰다.

“이것 봐. 꼭지를 심하게 비트니까 공기가 들어갔잖아. 콘돔이 찢어져서 새는 거라고. 너 그렇게 하면 제대로 콘돔 끼울 수 있겠어? 숙달되면 한 손으로 끼워야 하는데. 내가 한 번 보여 줄 테니까 잘 따라 해.”

그녀는 보통 보는 노란 고무줄을 한 개 꺼내서 왼손 집게손가락과 중지에 세 번 정도 꼬더니 거기에 바로 콘돔을 대고는 바로 오는 오른손에 들더니 아래에서 위쪽으로 쭉 올렸다. 개수대에서 고무장갑 끼우는 것보다 손쉽게 끼웠다. 순식간이었다. 마술 같았다.

두 손으로 끼우기도 힘든데. 한 손으로. 그것도 왼손으로. 따라 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날 놀리려고 그런가. 어떻게 이걸 한 번에 해. 말도 안 돼. 방금 본 나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콘돔이 끼워진 상태를 보니 밀착이 잘 되어 공기가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언니 이걸 어떻게 해. 도저히 못 해.”

“수없이 연습해야 해. 널 위해서. 너 자신을 위해서. 피임은 너무 중요해. 여기서 일하다 임신하게 되면 네 수입이 절반이나 깎여.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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