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마지막 축제. -2

입시에서 떨어진 승동, 병철 형 화실에서 그림수업, 편의점에서 미경과만남

by 이규만

계속 이어지는 화실 생활에 나는 감지덕지했다. 외롭고 싸늘하게 그늘져 있는 미술실과는 달랐다. 분위기에 젖어 나태하게 늘어졌다.

사람들을 대하고 만나는 것은 좋아도 훨씬 앞서있는 선배들의 그림에 늘 초조하고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예전 버릇들을 그대로 그림에 표현했다. 그리다 말다, 그리다 말다. 그림은 진전이 오지 않았다. 병철 형 눈치를 살살 봤다.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어렴풋이 떠올랐다. 미술실 안에 있었던 나를. 갇히고 진전이 없었던 때였다. 고개를 저었다. 언 손을 부며 가며 하얀 입김을 날렸다. 집중이 되지 않았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미술실은.

미술실에 혼자 남아 있었던 때를 기억에서 지우려 애썼다.

편견으로 점철된 데생 수업이나 수채화 -전공수업은 그대로 막을 내리기 바빴다.

단국대학교천안캠퍼스에 원서를 썼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시험은 아무 성과가 없었다. 비싼 원서 값만 날렸다.

그리고 곧바로 어머니는 재수를 언급했다. 미술은 취미생활로만 해. 학과 공부에 필요한 지원을 약속하마. 후기대학이나 전문대는 아예 바라지도 않아.


졸업 이후 계속 불안했다. 나의 미래는 파이였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숫자 -0보다 아래 문자로 표기해야 할까. 끝까지 갈수록 점차 현실로 맞닥뜨려졌다. 와닿는 것들이란 알 수 없는 미래들이었다. 어두운 그림자들이 드리웠다. 그림은 내 인생을 갉아먹은 큰 좌절이자 미련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 손댔던 것을 포기하고 처음 1학년 때 어설픈 선택으로 돌아가 그대로 남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는 것 같았다.

고교 삼 년 동안이 흑백 영사기에 앞에 앉아 쳐다보는 필름처럼 스쳐 갔다. 그동안 뭘 한 걸까. 우울했다. 일궈낸 것도 없고 진척된 것이 없었다.

미대는 드럼통이었다. 허상을 좇고 있다. 해야 할 이유가 분명치 않았는데 거기다가 계속 무분별한 신경을 쓰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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