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마지막 축제. -3

과도기를 겪는 승동, 데이트 비용문제로 미경과 다투고 처음 배운 담배

by 이규만

미경은 아장아장 어린아이가 걷는 것같이 있다가도 여러 사람 틈바귀에서 나만을 찾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지었다.

스케이트를 차고 지칠 때마다 기분이 상쾌했다. 너무 좋았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급속도로 진전이 된 것 같아 나는 꽤 들떠 있는 상태였다.

다음 날이었다. 하필이면 야간에 일하는 종욱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사정인지는 몰랐다. 점주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큰 유리창으로 가게 안을 들여 봤을 때 한 눈에도 그가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내가 출근해 얼굴을 디밀어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점주가 냉장 진열장에서 유통기한을 보는 중이었다. 애로가 많았는지 피곤한 눈이었다. 꼬박 밤을 새운 것 같았다. 일하기 싫으면 그만둬야지. 저요? 그제야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너더러 한 이야기는 아니야. 혼잣말이야. 그래. 흠. 어제는 미경이랑 데이트하느라고 좋았겠네. 마주치자마자 타박거림과 조롱이 섞인 말투로 들렸다. 미경은 아닐 테고. 그렇다고 종욱은 더욱 아닐 거고. 점주 마누라인가. 아니면 미경과 똑같이 일하던 여자아이 –상희. -그 녀석이던가.

같이 롤러를 타러 왔다가 편의점까지 들렀던 건가. 점주의 말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그때의 정신세계를 설명하자면 솔직히 어렵다. 무엇보다 대학입시를 목전에 앞두고는 있었으나, 이미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마약중독자가 자신 생활을 쾌락과 향유의 바다로 몰고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나.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 그 외의 다른 일부를 동경하거나 헤매고 있는 정도였다. 비약하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미경이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간은 짧았지만 미경이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애써 그녀에게 집중하려 애썼다.

집에 돌아와서는 호주머니를 뒤져 보니 돈이 별로 없었다. 씀씀이가 헤퍼졌다. 월급도 적었지만 쓸데없는 곳에 지출이 심한 것이 문제였다. 주로 혼자 먹는 밥값이 제일 지출이 많았다.

아무래도 화실은 병철이 형이 운영하는 사설학원에 다니려고도 했으나 그는 이미 군대에 가고 없었고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한테 인수한 뒤였다. 그래서 잠시 머뭇머뭇하다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서도 가까운 시청 앞에 생판 모르는 사람이 운영하는 화실을 다녔다. 석 달은 그런대로 다닐 만했다. 그렇지만 짭짤하게 돈 쓰는 재미를 붙여서인지 심한 낭비벽을 감당할 도리가 없었다. 편의점에서는 그래도 점주가 나의 처지와 성실성을 인정하여 약간의 월급을 올려주기는 했어도 그것 가지고는 학원 수강료와 용돈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급기야는 학원장한테는 학원 수강료를 내지 못하는 가난한 처지를 비관하는 쪽으로 설명을 해줬다. 그러자 학원장은 나를 설득하려 했다. 몇 달간은 화실 비를 안 내도 된다. 그림은 중간에 쉬게 되면 새로 시작하기가 어려워. 갑자기 그림 그리기가 싫어졌어요. 때려치우려고요. 미술학원을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다.

맨 처음 편의점 일을 시작할 때 가졌던 큰 포부와 결심들은 사그라져 들었다. 학원 건물을 벗어나니 언덕배기에 빽빽하게 들어찬 상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날 바라봤지만 황량함만이 맴돌았다. 성남극장과 소방서, 그 외의 분식점이나 식료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그럼 그렇지. 예전 하던 습성이 어디 가겠어. 제자리걸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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