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막스 데미안 -종욱, 어머니에게 들켜버린 편의점일
술 냄새가 진동하였다. 술에 전 초췌한 몰골이었다.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눈 좀 붙일게. 그는 편의점 안쪽에 있는 창고 같은 사무실로 비틀거리면서 들어갔다. 취해도 보통 취한 것이 아니었다. 조금 있다가 깨워줘. 사무실에 문을 여는 것까지는 봤으나 아무래도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낮 시간대처럼 손님이 많은 것이 아니었다. 계산대를 잠시 비워도 되겠지. 그는 등을 돌리고 쓰러져 찬 바닥에 배를 깔고 누운 상태였다. 기절한 듯 보였다. 달리 보면 시체 같았다. 그를 뒤에서 잡아당겼지만, 힘이 달렸다. 종욱 일어나 봐. 그렇게 자면 어떻게. 고개는 땅을 향해 푹 꺼지고 발은 늘어졌다. 안간힘을 다해 그를 겨우 들어 올리고 간이소파에 눕혔다.
계산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비우지 마라. 당부하며 돌아가던 점주의 말이 생각났다. 낮과 달리 밤은 손님은 없는 편이지. 유흥가 주변이라 폭력배가 왔다 갔다 할 수 있어. 조심해. 계산 대안 쪽에 있던 비밀단추도 일러줬다.
-바로 파출소와 연결이 되는 비상벨이야.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여지없이 눌러 버려. 알았지?
화장이 요란한 여자가 들어왔다. 생리대와 콘돔을 거리낌 없이 계산대 위에 올려놨다. 한 눈으로 봐도 술집 여자 태가 났다. 혹시 내가 웃으면 여자가 기분 나빠할까 봐 전혀 아무렇지 않게 물건값을 받았다. 이럴 때 친절한 응대는 소용없었다. 여자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여자가 가고 나니 무료했다. 참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라디오에서는 조용하게 바이올린연주가 들려왔다. 눈까풀이 반쯤 감겼다.
그런데 들이닥칠 기시감에 스르르 눈이 번쩍 뜨이고 말았다. 유독 길게 느껴지는 밤이다가도 이내 짧아졌다. 술에 취한 세 명의 검은 양복에다 흰 와이셔츠 위로 넥타이를 맨 사내들이 편의점 안으로 몰려들었다. 컵라면이나 하나씩 먹자. 저마다 라면을 손에 들고 포장을 뜯으려 할 때 먼저 낚아챘다. 계산부터 하시고 드시지요. 그 사내가 나를 노려봤다. 피식 웃었다. 웃음기가 싹 걷히더니 곧바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야! 너, 누구야! 언제부터 일했니? 전혀 못 보던 놈인데. 너 우리가 누구인지 몰라? 이 자식이. 좆나게 열받네. 야! 씨발놈아!
-야! 놔둬라. 놔둬. 처음 와서 모르는 모양인데. 좋게 하고 나가든가, 시끄럽게 하지 말고 돈 내고 먹자. 응? 자 얼마야? 나도 이제 싸우는 거 지쳤다. 지쳤어. 너는 자꾸 별것도 아닌 것 두고 화를 내니?
-아니, 놔 봐! 이 새끼가 우리를 몰라보잖아! 야! 야! 이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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