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신흥동 종합시장을 지나 길 건너 중동을 향하였다. 잔인하다.
그와 같은 모순을 나름대로 간단히 해석해버리거나 감당하기에는 아직 어수룩한 미소년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 갈등은 바로 서서히 성에 대해 눈을 뜨여 간다는 점이었다.
이미 육체는 강렬히 본능적인 성을 요구하니까 밝은 세계를 부인하고 어둡고 침울했다. 유혹은 짜릿하고 흥분되는 일로 쉽게 무너질 때가 많았다. 개봉관 극장 게시판 옆에 훨씬 초라하게 붙어 동시 개봉하는 성인 영화용 포스터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렜다. 과연 어떤 느낌일까. 여자랑 같이 하룻밤을 지새운다는 것, 몸을 섞는 일들이 도대체 어떻게 다가올까. 그와 같은 강렬한 호기심과 유혹은 밤새 나를 괴롭히고 놔주지를 않았다.
유혹을 견디지 못하여 밤이 되면 종합시장 뒷거리를 배회했다. 먹자골목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루었다. 간판 불빛이 번들번들 반짝거렸다. 술에 취해 담배를 물고 2차를 외치는 남자, 곁에 여자를 껴안고 안절부절못하는 남자, 건물 사이 오줌을 깔기고 있는 남자. -거기에 나도 끼어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근처에 동시 개봉하는 영화관을 찾았다. 여러 번 성인영화들을 봤다.
슬슬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사타구니를 쓰다듬었다. 극장 안에 어두침침한 분위기처럼 혼자만의 갈등이었다. 때로는 죄악이다가 한 때는 처절하기까지 한 허무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그러한 고민은 아무한테도 일체 발설할 수 없는 나만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누구도 그러한 고민에 빠져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극장을 나와 걸을 때면 늘 상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아도 나와 같은 고민 가진 사람을 한 사람도 볼 수가 없었다. 전혀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은 일상을 지나쳐 버리고 그러한 것들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쉬쉬 비밀로만 간직하면서 혼자 몰래 와서 삼류극장에 영사기가 다 돌아갈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자리를 뜨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비밀들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종욱을 통해서였다.
차라리 나의 어둡고 침울한 좁은 극장에서의 성의 대한 도발적이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욕구를 미워하고 저주해도 종욱에게 그 화살이 돌아갔다.
종욱과 함께 편의점에서 가까운 술집에서 술도 처음 마셨다. 구토하고 잠을 자다 술이 약간 깬 것 같았지만 그 정신머리로 성남 창녀촌 -중동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직전까지도 그는 인도자이며 수호자였다. 그렇게 믿었다.
이후에 성의 환상이 깨어졌다. 그는 온데간데없었고 사라졌다. 곧이어 썩어 문드러진 고깃덩이가 씩씩거렸다. 내 몸인데도 사악하게 몰지각하게 함부로 다뤘다. 매몰차게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학대했다. 시궁창에 넣어 휘젓는 중이었다. 추악하게 보이려 잔인해졌다.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이물감을. 그 수술대에 오르다 마취도 안 된 몸뚱이를 가르던 그 얼음같이 차갑고 날카로운 칼날 같은 여자의 손길을.
아……. 내가 그렇게 수많은 밤을 목젖을 울리고 신음을 토하던 탄식의 끄트머리가 여기던가. 애타게 헤아리던 찾으려던 날들이 바로 이런 것이었던가.
-한 번도 안 해봤니?
-뭘?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