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서다. 몰릴대로 몰리더니 결국은 물러 설 곳이 없는 낭떠러지
그녀는 때때로 대기실에 얼굴을 비추었다. 정이 마담이야. 말 잘 들어. 말썽 부리지 말고. 그리고 사자성어를 한마디 던졌다. 얘들아. 정이가 수렴청정(垂簾聽政)하고 있는 거야. 내 말이 정이 말이고 정이 말이 내 말이다. 대체 제대로 알고 그 말을 한 거야? 화장대에서 화장하다가 그만 레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긴 정이 언니가 대리로 하고 있으니 맞긴 맞네. 수렴청정. 나도 같이 따라 웃으려다 정이 언니 눈치를 보았다. 정이 언니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얼굴이었다.
아다라시네. 대기실에서 처음 봤던 레이가 그랬다. 속어는 일본말의 잔재야. 레이는 그러면서도 욕같이 불러 제쳤다. 좋겠네. 아다라서.
“너 정이 언니한테 성교육받았다면서?”
“조용히 좀 해. 다른 애들이 놀린단 말이야.”
“그런 것 여긴 신경 안 써. 처음이면 어때서 그래. 남자가 팁을 더 많이 줄걸. 잘만 하면 스폰서도 만날 수도 있겠다.”
“스폰서? 그게 뭐야?”
“남자는 보통 처음으로 하는 애랑 하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 돈 많은 남자한테 운 좋게 걸려들면 여기 빚도 청산해 주고 살집도 얻어주고 매달 꼬박꼬박 월급처럼 돈도 주거든. 여기 몇몇 애들 그렇게 해서 나간 적 꽤 많아.”
“그런 게 있어? 그런데 일도 안 하고 돈을 준단 말이야?”
“일이야. 그 일이지. 주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이든, 이틀에 한 번이든. 매일같이 하든 간에.”
“그 일이란 게. 그러니까…….”
“그래. 남자랑 자는 거 말이야.”
순진하긴. -레이는 마스카라를 고치는 중이었다. 다 고쳤는지 갑자기 일어섰다. 어깨 파인 주홍색 원피스를 입은 자기 몸을 이리저리 돌려대며 화장대의 거울을 계속 뚫어지게 바라봤다.
“이 정도면 됐는데 왜 난 안 데려갈까. 정이 언니는 성교육하면서 그것도 안 알려주나 봐. 몸 관리하는 방법만 알려주니까 그렇지. 세상 살아가는 법도 알려주어야지. 옥희 언니한테 건의해야겠어. 성교육 프로그램 좀 바꾸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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