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상대원 블루스. -4

상준의 등장과 중원초등학교에서 바라본 새로 이사 갈 공장

by 이규만

그녀는 내 손가락을 치료하는 중이었고 나는 그녀의 모습을 살피는 동안이었다. 같은 흰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각자의 모습이 일에 따라 달라지다니.

의무실 문이 노크도 없이 스르르 열렸다. 얼굴 하나가 나를 쳐다보았다. 전녹중계장이었다.

“많이 다쳤어?”

“아뇨. 별로요.”

“어휴. 이 띨띨한 청춘아!”

하여튼 간에 문제야. 사고뭉치. 그는 혀를 차며 내려갔다. 치료가 끝난 후 2층 커피자판기 앞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착잡해진 마음을 가누기 위해 연기를 계속 토해 놓았다. 작업장에 가서 일한다는 것이 막막해졌다. 그리고 동료들의 시선이 싫어졌다. 집에 가고 싶었다. 작업장에 들어서니 김관호계장이 다친 경위에 꼬치꼬치 캐 물었고 나는 시큰둥하게 더듬더듬 대답했다.

“조심하지, 그랬어. 그래도 일할 수 있겠지. 손가락 하나 다쳤다고 일 못 하겠어? 추석 물량 채우려면 아직 멀었으니 힘 좀 내자고. 혼자 고생하는 것 아니니까. 알았지?”

어깨를 두드렸지만 조퇴할 생각으로 가득한 나는 더 이상 의욕이 서지 않았다. 조용히 몇 시간을 두고 일을 하다가 몇 주 전에 반장에서 주임으로 진급한 이제윤 주임에게 억지를 쓰며 조퇴했다. 이렇게 피해 가는 거는 원래 생각해 오던 나의 본모습이 아니었다. 맞서서 대항하고 해결하려고 애썼는데. 한 데 아니었다. 곧잘 일에 대해 싫증만 늘었다.


조퇴해서 이제 막 일을 배워가는 상준한테는 미안했다.

롤 케이크 부서에서 안면을 텄던 녀석이었다. 그쪽에서만 보아왔던 녀석이 느닷없이 튀어나왔다. 늘 신입사원은 전녹중 계장이 아침에 소개했었는데 그는 그런 절차도 생략한 뒤였다. 출근하자마자 시트는 만지지도 않고 믹싱기로 버터크림 만드는 것부터 이제윤 주임이 시켰다. 신입이기는 하는데 어디서 전입한 것, 마냥 대우받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알고 보니 부서를 옮긴 거였다. 일이야 케이크 부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은 대충은 아는 듯한데 자세한 내막이나 기술적인 요인을 필요로 할 때는 역시나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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