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상대원 블루스. -7

어리숙한 승동의 행동, 간극만 벌어지는 애숙과의 관계.

by 이규만

미경이와 만났던 일들이 온통 스쳐 지나갔다. 미련하게 부정적으로 몰아가지는 않을까.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을 텐데.

“어리석은 일인 것 같아. 그런데 나는 그런 실수를 지금 하는 것일 거야. 이러한 얘기는 안 하는 것이 나은 줄 알면서도 자꾸 생각이 나네.”

“형.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거창하게 무드를 잡고 그래.”

상준은 나를 보고 눈을 돌려 그녀들의 눈치를 살폈다. 다들 무척 궁금한 양 시선을 나에게 맞추고 있었다.

“여명의 눈동자'를 들으니까 그때가 생각나. 군대에서 말년휴가 나왔을 때였거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민' 커피숍에서 군복을 입고 옛 여자를 만났어.”

말이 꽤 길어졌다. 군대 이야기로 접어들자 대부분 관심이 없었다. 내 이야기를 듣는가 싶었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눈들을 돌렸다. 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그럴 만도 했다. 꺼낸 내용은 마무리는 해야 하기에 꿋꿋이 이어 나갔다. 이럴 땐 나도 꽤 간극이 없고 궁색했다. 계속 이어갔다. 미경이와 커피숍에서 만났던 모습들을. ‘여명의 눈동자’가 연주되었지.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선율로.

“피아노 해머로 현을 때리는 소리가 너무 크니까 여자 말이 들리지 않았었거든.”

다들 딴청을 피우는 것이 역력했다. 아무쪼록 가라앉은 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들 쳐졌어. 이제 내 과거를 털어놓았으니까 다음 차례는 누가 이야기할래?”

멋쩍었다. 횡설수설 수준이었다. 말주변이 없는 것은 여전한 내 문제였다. 관심을 애숙쪽으로 돌렸다. 애인이 없었나. 물어봐도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은 작년 이맘때쯤에 겪었던 용준과의 일이 궁금했다. 당시 애숙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어차피 어느 정도 세월은 흘렀다. 그 일에 대해 정작 잘 알지도 못하고 지나쳤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캐는 것은 내 생각일 뿐이고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용준 이야기는커녕 애숙의 남자 이야기는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애숙에게 더 물으면 곤란해하는 눈치였다.

애숙의 모습과 겹쳐 전열 등이 깜박거렸다. 이야기는 때에 따라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탔다. 상준과 진숙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표정들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한 사람 말이 길어지니 파장으로 슬슬 돌아가는 것 같았다. 역시 예외적이지 않았다. 여자들끼리 화장실을 간다고 자리를 비웠다.

몇 병 먹은 것 같지도 않은 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맥주병들이 즐비하게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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