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페드라의 연기 -4

방아쇠를 아무리 다르게 당겨보아도 총알은 피해 갈 수 없었다. 백 퍼센트

by 이규만

마주칠 일이 아예 없다, 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재수 없게 걸려들었다.

방아쇠를 아무리 다르게 당겨보아도 총알은 피해 갈 수 없었다. 백 퍼센트 걸려드는 룰렛 게임이었다. 비일비재하게 마주치게 되는 경우였다. 나는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술집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들이 호텔 건물 지하에서 가장 화려한 유흥주점을 무심코 지나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유혹을 뿌리치는 것은 차라리 고문이었으리라. 남자들에게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리라.

비로소 인지하였다. 성복을 마주치는 일은 흔한 하루 중에 하나라고.

전에 정이 언니가 말해주었던 대학교수와 딸의 만남이 나와는 전혀 상종도 없는 남의 일처럼 그랬구나, 했지만 그가 들이닥쳤을 때는 나 또한 별다르지 않았다. 비록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아니었더라도 한때는 내가 좋아했었던 사람이었기에 피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안 보아야 할 사람을 본 것같이 재빨리 숨고 싶었고 내 화장이 가면처럼 몰라보도록 가려주었으면 했었다.

“대체 그 사람 누구니?”

“누구 말이야?”

“너랑 독대한 사람 말이야.”

“아. 성복 오빠, 말하는 거구나. 방송국 프로듀서지 뭐. 언니도 잘 알면서 왜 나한테 물어봐?”

“내가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잖아. 너랑 무슨 사이냐고?”

언니가 갑자기 물어보니까 겁이 덜컥 났다. 내가 응대할 때 말실수라도 한 건가. 바짝 긴장했다. 일반 손님을 받았던 방이 아니라서 더 그랬다. 말조심하랬지. 거긴 너 같은 애송이는 넣는 방이 아니었는데. -나를 더 몰아붙일까 긴장한 상태로 정이 언니 말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게 아니었다.

정이 언니가 말했다.

“그 남자가 영업시간에 또 와서 옥희 언니를 찾았어. 왔으면 얌전히 술만 마시고 갈 일이지. 언니한테 이상한 말을 하고 갔나 봐.”

“무슨 말?”

“나도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웨이터 통해서 들은 건데…. 네 빚이 얼만가 물어보더래. 의외였어. 대답이. 너무 많다. 황당하다. 그러다가 그냥 갔대. 갚아 주려나, 했는데 아닌 거야.”

삼천만 원이 많기는 하지. 그래도 그 정도면 오빠가 갚아 줄 여력은 되었을 것인데. 수십억 되는 아파트에 혼자 사는 남자인데. 구원의 희망이 한 줄기 빛처럼 비추는 것 같았다. 그가 내 빚을 청산해 준다면 나는 그에게로 갈 것이다. 평생 그를 위하며 지낼 수 있으리라.

“며칠 있다가 그가 다시 와서는 옥희 언니를 찾았대. 지난번 만났을 때 몰래카메라로 옥희 언니랑 대화한 내용이랑 모습을 다 담았으니 너만 얌전이 내 보내 달라는 거야. 안 그러면 인터넷에 올리거나 자신이 방송계에서 일하니까 기사화해서 시사프로에 기사로 넘기겠다는 거야.”

“그래서 옥희 언니는 뭐라고 그랬는데?”

나는 다급해져서 마른 군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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